윤 기소한 특검, 외환 수사 속도
수사 개시 한달 만에 구속 연장 없이 재판 넘겨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 핵심 김용대 구속영장
국무위원 줄소환 … ‘내란 방조·가담’ 수사도 탄력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수사 개시 한달여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전격 구속 기소하면서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전날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이 외환 의혹과 관련해 주요 인사의 신병 확보에 나선 첫 사례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10~11월 북한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한 인물로 윤 전 대통령의 외환 의혹을 규명할 ‘키맨’으로 꼽힌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고 의심한다. 특검팀은 “김용대 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고 했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는 현역장교의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은 지난 17일 특검 조사에서 이와 관련 “계엄과 무인기 작전은 전혀 연결고리가 없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사령관이 1차 조사를 받고 귀가한 18일 밤 그를 긴급 체포하고 이틀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형법상 일반 이적과 허위공문서 작성,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지만 구속영장에는 허위 공문서 작성과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했다. 지난해 10월 무인기 2대로 북한을 비행하다 1대가 떨어지자 김 사령관이 1대만 비행이 이뤄졌고, 다른 1대는 “훈련 중 원인 미상으로 없어졌다”는 취지의 문건을 만들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이 일반 이적죄 적용 없이 김 사령관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에는 그의 신변 안전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팀은 지난 14~15일 김 사령관 자택과 드론사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사령관이 1주일 전 쯤 작성해 둔 유서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이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과 계엄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신병을 확보할 사유가 있어 우선 확인된 범죄사실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사령관의 신병이 확보되면 특검팀은 그를 상대로 일반 이적 혐의 등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김 사령관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윤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김 사령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특검팀의 외환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을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 및 폐기, 계엄 관련 허위 공보,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체포영장 집행 저지 지시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이 지난달 18일 수사를 개시한 지 31일, 윤 전 대통령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이 법원에서 기각된 지 하루 만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구속 후 출석요구와 강제구인에 불응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추가 조사를 해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구속기간 연장 없이 곧바로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한 특검팀은 지난 주말 윤석열정부 국무위원들의 내란 방조·가담 혐의 수사를 이어갔다. 19일에는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을, 20일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했다. 조 전 장관과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실로 들어가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특검팀은 이들을 상대로 당시 국무회의 상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지난 17일 이 전 장관 자택과 소방청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이 전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이 삼청동 안가에서 회동하고 계엄 수습 대책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친윤’ 의원들의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지도 주목된다. 당시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과 나경원 의원에게 전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표결 불참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 수사를 담당할 전담 인력을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추 의원 등을 불러 경위를 파악할 것으로 관측된다. 추 의원 등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지만 ‘미리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의 얘기가 있었을 뿐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