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대의 연금술, 그린바이오가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
아이들이 방과 후 TV 앞에 모여 앉아 시청하던 명작 애니메이션이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 두 형제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연금술을 공부하고, ‘등가교환’이라는 철칙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다. 그들은 단순히 금속을 바꿔 금을 만드는 연금술을 넘어 생명과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려 했다. 이처럼 만화 속 연금술은 본질적으로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고, 그 결과물을 인간의 삶에 활용하는 기술이었다.
사실 연금술은 판타지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는 오늘날 그린바이오산업이라는 현대판 연금술을 통해 자연을 새로운 가치로 바꾸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린바이오는 식물 미생물 곰팡이 같은 생명체를 원료로 의약품 화장품 식품첨가물 친환경 소재 등을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식물 속 복잡한 대사경로를 연구하고 특정 유효물질을 분리·배양·정제해 활용하는 과정은 고대 연금술사들이 자연의 비밀을 풀고자 했던 시도와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버드나무 껍질에서 발견한 살리실산을 통해 아스피린을 만들어낸 것처럼 그린바이오산업은 농작물 버섯 해조류 미생물 등 살아있는 자원에서 인류가 필요로 하는 기능성 성분을 찾아낸다. 그리고 첨단생명공학 기술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자연이 준 작은 단서를 인류의 건강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해답으로 바꾼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자연의 원리를 깨달아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물질을 창조하는 연금술’과 다름없다.
자연을 새로운 가치로 바꾸는 도전 이어져
그린바이오산업은 강철의 연금술사가 강조한 등가교환의 원칙과도 통한다. 자연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자연을 훼손하거나 고갈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상응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물의 생명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치를 얻고 생태계를 보전하며 자원을 활용해야만 진정한 그린바이오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이러한 현대판 연금술의 활성화를 위해 최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그린바이오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특히 그 중심에는 ‘강철의 연금술’ 속에서 연금술 연구와 활용을 지원했던 기관처 럼 혁신적인 그린바이오 기업들을 한데 모아 기술과 아이디어의 시너지를 창출할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가 자리하게 된다.
이 캠퍼스는 그린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내는 허브로서 기능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기업과 연구진은 첨단 연구시설과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다.
우리 농식품산업도 이 그린바이오 연금술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고령화로 인한 농업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식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제제를 통해 질병 저항성을 높이거나, 생리활성을 가진 건강 기능식품을 개발하고, 폐농산물로부터 고부가가치 소재를 만드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때의 핵심은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고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한 기술개발이라는 점이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지속가능한 길 모색
연금술이 과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상징이었다면 현대의 그린바이오산업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지속가능한 길을 모색하는 새로운 연금술이다.
이제 우리는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을 이해하고 공존하면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로운 연금술사가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