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재판 거부하며 여론전 나선 윤석열
김건희 소환 임박하자 입장문 “정치적 탄압 저 하나로 족해”
변호인단 “형사법절차 무시” 주장에 내란특검 조목조목 반박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비판하는 옥중 메시지를 냈다. 자신 뿐 아니라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사가 임박하자 특검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 수사와 재판은 거부한 채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늦게 입장문을 내고 “말도 안되는 정치적 탄압은 저 하나로 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상급자의 정당한 명령에 따랐던 많은 군인들과 공직자들이 특검과 법정에 불려 나와 고초를 겪고 있다”며 “부당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자신 명의로 특검 수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12.3 내란과 관련한 군 관계자와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 왔음에도 침묵하던 윤 전 대통령이 갑작스레 메시지를 낸 배경에는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의 입장문은 김건희 특검팀이 김 여사에게 다음달 6일 특검 사무실로 나와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고 밝힌 지 약 6시간 만에 나왔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의 첫 소환 통보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건진법사 청탁,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과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저는 앞으로 형사법정에서 비상계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미 최고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입증하고, 실무장도 하지 않은 최소한의 병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밝혀낼 것”이라고 했다.
또 “무엇보다 군인과 공직자들에게 씌워진 내란 혐의가 완전히 부당한 것임을 반드시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는 물론 재판도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그는 지난 10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된 후 특검의 출석 요구와 강제구인을 모두 거부했다. 결국 특검팀은 추가 조사 없이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특검이 위헌적인 특검 법률에 의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아 공소유지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2주 연속 자신의 내란 혐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이 배제되지 않는 이상 공판에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재판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수사와 재판은 거부하면서 변호인단을 통한 여론전은 적극 펼치고 있다. 변호인단은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이 기소된 다음날에도 입장문을 내고 “특검이 형사법절차를 아예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서면조사와 제3의 장소에서 방문조사, 조사일정 협의 등 여러 제안을 했지만 특검은 자신이 정한 일시, 장소에 나와 조사받으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 “수의를 입은 전직 대통령을 조사실로 불러내 망신주기를 하는 것이 특검의 목적이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참다못한 특검팀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21일 브리핑에서 “피의자 변호인측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면조사, 제3의 방문조사, 조사일정 협의 등을 특검에 요청한 사실이 한번도 없다”고 밝혔다.
또 “현행법상 미결수용자는 조사에 참여할 때 사복 착용이 가능하다”며 “그런데도 특검의 조사를 모두 거부한 후에 ‘수의를 입은 전 대통령 망신주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박 특검보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모욕적 표현으로 특검 수사를 폄훼하는 행위를 지양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외부에 유출해 특검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유 모 변호사에게 오는 25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을 통해 구속영장이 유출돼 피의사실과 관련자 진술이 알려져 수사에 방해가 되고 있다며 경찰관 3명을 파견받아 유출 경위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 변호사는 구속영장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 변호사는 김 여사의 변호도 맡고 있어 출석 연기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