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빅 뷰티풀 빌’ 법안 수혜주를 찾아라

2025-07-23 13:00:01 게재

“정부가 선택한 종목이 이긴다” … 드론·희토류 관련주 급등 속 국방·에너지 테마 부상

MP 머티리얼즈가 보유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 광산의 항공 사진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MP 머티리얼즈(MP) 주가는 미 국방부가 해당 회사 지분을 직접 인수했다는 발표 직후 15% 가까이 올랐다. 현재 주가는 59달러로 연초 대비 4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보다 앞선 11일에는 미 국방부가 자국산 드론 기술 도입과 생산 확대를 저해하는 기존 규제를 전면 철폐하겠다는 지침을 내리면서 드론 관련 기업들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드론 개발과 배치를 지연시키는 모든 제한 규제를 철회한다”는 메모를 통해 자국 드론 산업 육성을 공식화했다.

미 국방부, 미래의 무기는 ‘드론’

이에 따라 드론 대표주인 에어로바이런먼트(AVAV)와 크레이토스(KTOS)가 같은날 약 30% 동반 상승했다. 에어로바이런먼트는 소형 무인기 부문에서 미군에 꾸준히 납품해온 업체로,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 자폭 드론으로 유명하다. 크레이토스는 무인 표적기와 고속 무인기 개발에 특화된 기업으로, 발키리(Valkyrie) 무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공중전 플랫폼을 선도하고 있다.

비상장사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앤두릴(Anduril)은 기업가치 30억달러 규모의 드론 전문 업체다. AI 기반 자율 시스템 분야의 선도업체로 자리잡았으며 합동전장지휘통제체계(JADC2) 프로그램의 드론 방어 시스템 구축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쉴드AI(Shield AI)는 기업가치 약 35억달러로 군집드론 AI 기술의 선두주자다.

하이브마인드(Hivemind) 플랫폼으로 GPS 없는 환경에서 자율 운항 및 통합 관제를 지원하며 미 국방부의 국방혁신단(DIU) 프로그램을 통해 납품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스카이디오(Skydio)는 기업가치 23억달러로 자율 비행 드론 기술에 특화되어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막힌 중국 드론 제조사 DJI를 대체할 기업으로 주목받으며, 일본 통신사 KDDI와 6.4억달러 규모의 제휴를 체결했다.

이들의 주가 상승은 미국 하원을 통과한 초대형 법안, 일명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OBBB)’ 때문이다. 이 법안은 단순한 국방 예산 확대 수준이 아니다. 향후 10년간 미국의 산업 패러다임을 재편할 만큼 전방위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전략적 ‘산업 선택’의 선언문이다. 이제는 시장 경쟁이 아닌 정부가 선택한 종목들이 초과 수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번 법안이 만들어낸 구조적 변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해당 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인 방산 대기업들은 원가보상(cost-plus) 계약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매출뿐만 아니라 이익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원자재 비용 상승이나 인플레이션 압박을 고객(정부)에게 전가할 수 있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 움직임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방산업체들에게 수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해상·공중 지배력 확대의 핵심

이번 법안에는 단일 예산 항목으로는 이례적으로 군사 우주센서 개발(72억달러)과 우주 요격시스템 구축(56억달러)이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록히드마틴(LMT), 노스럽그러먼(NOC), 보잉(BA), RTX(RTX), 제너럴다이내믹스(GD) 등 전통 방산 5대 기업의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

해상 전력도 주목할 분야다. 2026 회계연도에는 버지니아급 잠수함 2척 건조(46억달러)와 미사일 구축함 2척 추가 건조(54억달러) 계획이 명시되었다. 이로 인해 헌팅턴잉걸스(HII)와 제너럴다이내믹스(GD)의 조선 부문이 핵심 수혜 기업이 될 전망이다.

공군 부문에서는 F-15EX 기종 생산 확대(31.57억달러)와 차세대 항공기 FA/XX 개발 가속화(7.5억달러)가 동시에 추진된다. 이는 보잉(BA)의 전투기 사업과 RTX(RTX)의 항공전자·무기시스템 부문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OBBB’ 법안은 무인 전력 체계(UxS) 확대에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입증된 드론의 전술적 가치와 중국의 군집 드론 개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해상 무인체계에 대한 투자가 대폭 확대되었는데, 소형 무인수상 차량(SUSV) 생산을 위해 15억3000만달러가 배정되고 중형 무인수상 차량(MUSV) 개발과 구매에 21억달러가 투입된다. 여기에 무인 수중 차량(UUV) 생산 확대를 위한 13억달러의 예산도 추가로 책정되었다. 특히 해상 무인체계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군이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분야다.

이에 따라 크레이토스(KTOS), 에어로바이런먼트(AVAV), 팔란티어(PLTR), 텔레다인테크놀로지스(TDY),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LHX), 레이도스(LDOS)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중국 희토류 탈피를 위한 공급망 재편

희토류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핵심 광물로 재조명받고 있다. 현재 전세계 희토류 정제·가공의 85% 이상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어 미국의 공급망 취약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미국정부는 희토류 확보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MP 머티리얼즈(MP) 외에도 희토류 산업에서 정책적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이 다수 있다. 호주의 라이너스 레어어스(LYSCF)는 미국 텍사스에 정제 시설을 구축 중이며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우라늄과 희토류 정제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에너지퓨얼스(UUUU)는 미국 내 유일한 통합 정제 기업으로 최근 상용 정제 테스트를 완료했다. 특히 이 회사는 유타주에 위치한 화이트메사(White Mesa) 시설에서 희토류와 우라늄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독특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최근 급등한 USA레어어스(USAR)는 미국 내 희토류 자원 확보 및 자석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MP 머티리얼즈의 대체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정부는 MP뿐만 아니라 USA레어어스, 레어엘리먼트리소스(REEMF) 등에도 전략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래마코리소스(METC)는 와이오밍 주에서 희토류 매장량이 확인되며 수혜주로 떠올랐다.

‘OBBB’ 법안에 따라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및 군사용 활용을 위해 1억2500만달러가 투입되며 관련 업체로는 BWX테크놀로지(BWXT), 센트러스 에너지(LEU) 등이 지목된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이 높고 건설 기간이 짧아 차세대 원자력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BWX테크놀로지는 미 해군 원자력 추진 시스템의 핵심 공급업체로 SMR 분야에서도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센트러스 에너지는 우라늄 농축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미국 기업으로 러시아산 저농축 우라늄(LEU) 대체재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SMR), 오클로(OKLO) 등은 SMR 개발의 선두주자다.

핵연료 자립과 소형 모듈 원자로 투자

2024년 5월 미국의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 조치 이후 이들 기업은 미국 내 핵연료 자립의 핵심축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미국은 매년 필요한 우라늄의 약 20%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왔는데 이제 이를 완전히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우라늄 광산 기업들인 카메코(CCJ), 데니슨마인즈(DNN), 에너지퓨얼스(UUUU), 얼리먼트79(ELMTF), 베이스리소시스(BSELY), 블루 스카이 우라늄(BSKUF) 등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카메코는 세계 2위 우라늄 생산업체로 캐나다에 대규모 광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공급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니슨 마인즈는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에 위치한 휠러리버(Wheeler River) 프로젝트를 통해 차세대 우라늄 채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스프로트 자산운용은 “미국의 원자력 정책은 이제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우라늄 독립 선언이자 장기적 수요 확대의 서막”이라고 평가했다.

‘OBBB’로 인한 투자에는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정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정치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많은 관련 기업들이 이미 상당한 주가 상승을 경험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한다. 특히 희토류나 우라늄 관련주들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SMR이나 차세대 드론 기술 등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어 기술적 난관이나 규제 변화로 인한 지연 가능성이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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