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칼럼

‘이재명식 타운홀미팅’ 대안 될 수 있을까

2025-07-23 13:00:10 게재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미팅이 관심을 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의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는 집단적 행위다. 그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소통은 공동체의 성패를 넘어 생존과 직결된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정치지형은 소통의 도구인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맞물리며 급변해왔다. 하지만 정치 커뮤니케이션은 제자리걸음이다. 권력 기관이 제공하는 일방적 정보에 익숙해져 있다. 이 같은 소통 방식은 정치 불신만 키웠다. 지역 청년 여성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방식 등 구조적 한계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권위적 문화와 목표지향적인 리더십, 매체 의존적 행정시스템이 만든 결과다.

한국 정치가 소통의 부재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의 싹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식 소통’을 주목하는 이유다. 언론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의 정치적 의사결정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변화되었다. 시민토론회, SNS 라이브 질의응답, 유튜브 등 쌍방향 소통 방식의 확장이다. 특히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와 21대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한 정치적 여론 형성이 결정적이다. 레거시 미디어를 능가했다. 이재명식 ‘타운홀미팅’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변화다.

이 대통령의 소통방식은 과거와 구별되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고 대통령과 동등한 눈높이 토론장에서 묻고 답한다. 둘째, 사전에 의제와 질문자를 제한하지 않는다.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참가자 모집으로 시민 참여가 자유롭다. 셋째, 다양한 정책 현안(과학기술 환경 청년 노인 지역 등)을 집단토론의 방식으로 다루었다.

‘숙의 민주주의’ 구현 가능성 보여줘

이재명 대통령은 토론장에서 갈등조정과 합의도출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광주공항 이전 시민토론회’가 그 예다. 대통령이 권위적 단상에서 내려와 경청자인 동시에 설득자 역할을 맡았다. 시민 각자는 수동적 시청자가 아니라 능동적 문제 제기자이자 정책 결정 과정의 당사자가 되었다. 언론학자 하버마스가 강조한 의사소통을 통한 합리적 합의인 ‘숙의(熟議) 민주주의’가 현실로 구현되는 장면이다.

이재명식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성패는 종합적인 소통 능력이 관건이다. 진행자의 리더십, 참가자의 대표성, 숙의의 질적 한계, 감정 분출, 견해 조정 등 복합적인 요건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유튜브 등 SNS 미디어 환경도 예측하기 어려운 도전이다. 그것은 정보의 홍수와 가짜뉴스,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알고리즘 버블, 디지털 혐오의 확산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소통의 환경은 전통 미디어, 소셜 미디어, 메신저, 시민 커뮤니티 등 다양한 채널이 뒤섞여 있다. 소통의 장에는 공식·비공식 행위자 -정부 정당 언론 NGO 학계 - 들이 함께 의제 설정과 담론 경합에 참여한다. 이 다층 소통구조에서는 누구나 단순 수용자가 아니라 ‘이슈 생성자’ ‘미디어’ ‘정치 행위자’다. 따라서 현실적인 권력관계, 교육과 경험의 차이 등 현실적 요소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디어 환경은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여론 변화 등을 신속하게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디지털 숙의 플랫폼, 무작위 시민 배심원단, 실명·익명 집단토론 등으로 대표성 다양성 확장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게 변했다.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려면 정치·행정시스템도 혁신을 피할 수 없다. 정책 설계와 실행에 즉각 적용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대안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웨덴의 교육학자 사무엘슨과 토마스 올센이 주장하는 ‘트랜스액티브 민주 커뮤니케이션 모델(TDCM)’을 제시한다. 이 모델은 민주적 시민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기존의 일방향 또는 단순 쌍방향 구조를 넘어서야 한다. 시민 정치인 언론데이터 등 다중 행위자와 요소들을 실시간 연결하는 네트워크형, 숙의·참여 중심의 소통체계다.

TDCM은 경청·숙의·피드백의 선순환을 핵심으로 한다. 새로운 정치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소통의 구조와 방식이다. ‘열린 네트워크 구조’ ‘시민 주도 숙의’ ‘데이터 기반 쌍방향 소통’ ‘윤리적·대표성 강화’라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21세기 민주주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기술적·윤리적 보완장치 없이 방치되면 위험 그 자체다. 따라서 플랫폼을 관통하는 ‘윤리적 설계’가 중요하다.

타운홀미팅으로 보여주기에 그쳐선 안돼

세계 민주주의의 질서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위기극복의 핵심은 신뢰와 경청 숙의 피드백이 선순환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세우는 것이다. 이재명의 새로운 정치가 타운홀미팅으로 보여주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더 성숙하고 포용적 혁신, 소통을 기대한다. 한국 민주주의가 세계의 민주주의 위기를 돌파할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바로 ‘K-데모크라시’다.

칼럼니스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