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회복과 성장, 사람 중심의 상생으로

2025-07-24 13:00:01 게재

2022년 5월, 용산 대통령실 잔디광장에서 중소기업을 격려하는 행사가 열렸다. 대통령과 주요 장관, 대기업 총수, 그리고 많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공식 만찬주인 막걸리를 기울이며 상생 구호를 함께 외치고 사진을 찍는 등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구호에 기대하는 상생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는 오랫동안 수직적인 구조였다. 이후 경제민주화 흐름에 따라 2006년 처음으로 ‘상생’이라는 단어가 법률에 명시되었고, 동반성장위원회와 상생협력재단이 설치되는 등 다양한 제도들이 시행되었다.

기술탈취 방지가 제도적으로 강화되었고 대기업이 중소기업 현장의 스마트화와 디지털화를 본격 지원하였다. 대기업 등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출연한 상생협력기금은 2024년 말 기준 누적 약 3조원에 이르고 있다.

상생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간의 상생은 기업 간 거래나 기술협력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을 도와주면 협력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결과적으로 협력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맞는 말이지만 뭔가 부족하다.

대·중소기업간 상생 관점을 고민할 시점

사람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높은 연봉과 다양한 복지, 시스템에 의한 업무처리 등 부러운 측면이 여러가지다. 대기업에 파견되어 대기업 직원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협력사 직원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상생의 중심을 ‘사람’으로 옮겨야 할 때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가는’ 상생을 실현하려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개개인도 상생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희망적이게도 이미 사람중심의 대·중소기업간 상생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협력사 직원의 주거비용이나 유아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대기업들이 있다. 점심식대나 여름휴가비, 설 귀향비를 지원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들도 있다. 협력사 직원의 목돈마련 프로그램에 비용을 대기도 한다.

건강한 일터를 돕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협력사 직원의 건강검진 비용을 부담하기도 하고 난청이나 근골격질환을 겪지 않도록 설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혹서기를 대비한 아이스조끼 구매를 지원하는 한편 협력사의 중대재해 방지를 위한 전문가 비용 내지는 안전담당 직원의 인건비를 돕기도 한다.

이러한 사람중심의 상생은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과 함께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는 개별 기업의 이익을 넘어 산업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상생, 구호에 그쳐서는 안돼

협력사의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이야말로 경제회복과 성장의 실질적 기반이 되는 것이다.

강조하지만 상생은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허망한 구호로서의 상생이 아닌 현장의 모두가 체감하고 변화시키는 사람중심의 대·중소기업간 상생이 확산되고 강화되길 기대한다.

변태섭 대중소기업·농어업 협력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