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지지율> 위기 앞에서…“바뀌자” 대신 “싸우자” 택한 국힘
친윤 “똘똘 뭉쳐 싸울 때” … 혁신위 “반성이 우선” 묵살
김용태→안철수→윤희숙 나서 혁신 추진했지만 성과 ‘0’
12.3 계엄→윤석열 탄핵→6.3 대선 패배를 거친 뒤 국민의힘이 받아든 지지율 성적표는 19%(한국갤럽, 15~17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였다. 국민 지지를 먹고 사는 정당의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한 건 ‘최악의 위기’를 예고하는 징후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위기에 직면한 국민의힘에서는 “바뀌자” 대신 “버티자”는 목소리만 들린다. 당 일각에서 “아직 바닥이 멀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김용태 비대위원장→안철수 혁신위원장→윤희숙 혁신위원장을 거치면서 나름 변화를 시도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부당 교체 진상조사 △당론 결정에 원외 의견 및 국민 여론 반영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전당대회 개최 등 5대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관철에 실패했다. 본인은 49일 만에 물러났다. 안 전 혁신위원장은 대선 당시 지도부였던 쌍권(권영세·권성동)에 대한 인적청산을 요구했지만 역시 관철 시키지 못하고 5일 만에 사퇴했다.
마지막 구원투수로 등장한 윤 혁신위원장은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 포함 △최고위원 선출 방식 변경 △당원소환제 강화 등 3대 혁신안과 4명(송언석·나경원·윤상현·장동혁)에 대한 인적쇄신을 요구했지만, 이날까지 관철된 건 없다. 국민의힘은 23일 두 차례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고 ‘윤희숙 혁신안’을 논의했지만, 아무 것도 수용하지 않았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당내에서 (혁신) 논의를 내부적으로 이어갈 수 있지만, 부적절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인선 문제 제기가 우선돼야 할 시기가 아니냐는 의원들의 말이 있었다”며 의원총회 분위기를 설명했다. 친윤이 다수를 점한 의원들은 혁신보다는 대여 공세가 우선이라고 보는 것이다. 앞서 친윤 당권주자들은 “내부총질은 안 된다” “107명 뭉쳐서 이재명정부와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혁신위 관계자는 24일 “의원들은 똘똘 뭉쳐 싸우면 나도 지켜지고, 당도 지켜지고, 국민 지지도 얻을 것이라고 착각한다”며 “국민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우리의 사죄와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나부터 살겠다고 싸움만 벌이면 국민은 절대 국민의힘을 살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 이후 김용태→안철수→윤희숙으로 이어진 혁신 노력이 아무런 성과 없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향후 국민의힘 운명에 시선이 쏠린다. 윤 혁신위원장은 2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8월 22일)가 시작되면 혁신안 논의는 중단되는 것”이라며 “전대 일정 때문에 서둘러 혁신안을 보내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혁신위 동력이 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대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은 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훨씬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가시적인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제 남아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대를 거쳐서 선출된 권력이 이전보다 훨씬 속도를 내 혁신을 해서 외면한 국민들의 시선을 잡고, 또 다시 신뢰를 얻는 것,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희숙이 쥔 ‘혁신 바통’을 새 대표가 이어받아 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