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사건 수사 외압 의혹 정점으로

2025-07-25 13:00:27 게재

‘VIP 격노’ 이후 윤석열-이종섭 통화 … 이 전 장관, 수사결과 이첩보류 지시

31일 박정훈 수사단장 2차 조사 … 김계환 진술 번복 이후 수사외압 재확인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다시 불러 조사한다.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VIP 격노’ 관련 진술을 번복한 이후 이를 박 대령에게 전달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VIP 격노’를 인정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연락을 받은 뒤 곧바로 채상병 사건 수사결과 이첩보류를 지시한 사실도 확인돼 수사외압 의혹의 실체가 정점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검팀은 전날 공지를 통해 31일 오후 1시 30분 박정훈 대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박 대령에게 ‘VIP 격노설’과 관련해 김계환 전 사령관의 진술이 바뀐 점과 그간의 특검 조사에서 밝혀진 내용들을 토대로 실제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를 다시 물을 예정이다. 또 박 대령이 항명 혐의로 재판받을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사령관이 격노설을 부인했던 것과 관련해 모해위증죄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서도 재차 살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전 사령관이 기존의 진술을 바꾸고 ‘VIP 격노설’을 들었다고 인정한 것과 관련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지난 23일 “김 전 사령관의 진술 변화를 포함해 다른 혐의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조만간 김 전 사령관을 다시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 채상병 사망 사건 초동 조사를 지휘한 뒤 군사법원법에 따라 조사 결과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김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당시 김 전 사령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이 피의자로 적시된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겠다는 보고서에 결재했다.

같은 달 31일 ‘VIP 격노설’이 제기됐던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이후 이 전 장관은 김 전 사령관에게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고, 김 전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이 같은 지시를 전달했다.

박 대령측은 김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전 사령관측은 윤 전 대통령이 화났다는 이야기를 소문으로 들었지만 박 대령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수행부관이 최근 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 회의 당일 대통령 부속실로부터 ‘대통령이 장관과 통화를 원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의 수행부관을 지낸 육군 김 모 중령은 최근 순직해병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중령은 격노 회의 당일 오전 11시 53분쯤 개인 휴대전화로 ‘02-800-7070’ 번호로 전화를 받았고 부속실 직원이 ‘대통령이 장관을 연결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 ‘장관 휴대전화로 전화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종료 16초 뒤 같은 번호로부터 이 전 장관 휴대전화로 전화가 다시 걸려 왔고 발신자는 윤 전 대통령이다. 이 통화는 2분 48초 동안 이뤄졌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가 종료되고 18초 뒤인 오전 11시 57분쯤 김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초동조사 기록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대통령과의 통화를 계기로 본인이 결재까지 한 보고내용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통화에서 이 전 장관을 질책하면서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등 구체적인 지침을 내린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고, 이첩 보류 지시는 순전히 자신의 판단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중령은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을 당시 같은 사무실에 있었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어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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