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노란봉투법 후퇴없는 국회통과 촉구
한국노총·민주노총·운동본부 … “이재명정부 노정관계 방향·수준을 결정하는 가늠자”
노동계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두차례에 걸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후퇴없는 국회통과를 촉구했다.
한국노총·민주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후퇴안을 저지하고 진전된 노조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1000만명의 특수고용·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차별 속에서 하청 노동자의 삶은 파괴되고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일상이 됐다”면서 “하청 노동자는 모든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 사용자에게 그 어떤 책임을 강제하지 못한 노조법 때문에 일터에서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2023년 11월 30일과 2024년 8월 5일 두차례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새정부 들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상정해 소위원회에 넘겼다. 28일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노조법 2·3조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와 양대노총에 설명한 정부안에는 노란봉투법에 1년 유예기간을 두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늘 열릴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국민의힘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노동부에 경고한다. 국민의힘과 같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용역회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똑바로 인식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는 노조법 개정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시점에 경제단체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는 들으면서 정작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노동부의 후퇴안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연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노동부가 주도하고 여당인 민주당이 이에 동의해 원래의 개정안과 사뭇 다른 내용으로 변질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안에선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제한 조항은 대폭 후퇴됐고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위 범위확대는 그 의미가 퇴색됐으며 단체교섭 대상·방법·절차까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 자신들이 통과시킨 노란봉투법의 내용을 후퇴시키는 정부안에 여당이 동의한다면 이에 대한 노동자의 비판과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이재명정부와의 노정관계 방향과 수준을 결정하는 가늠자로 삼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참석자들은 “국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라”면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 추정’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내하청의 원청에 대한 사용자 간주’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배에 대해 노조 이외에 노동자 ‘개인 손배청구 금지’ 조항을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