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에서 대학 강의 듣는다

2025-07-28 13:00:03 게재

성북구 고교학점제 맞춘 ‘미래학교’ 눈길

대학과 협업해 전공탐색·진로설계 지원

“수업 시간에 간식 먹다가 강제 기부당한 경험 있나요….” “이사간 뒤 연락이 끊긴 중 1때 짝꿍. 꽃보다 예쁜 기억이 그날 나에게 왔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용문고등학교. 1학년 이세윤 학생과 2학년 이윤성 학생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스스로 제작한 영상 설명에 나섰다. 각각 ‘학교에서의 일상’과 ‘졸업식’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용문고가 인근 한성대학교와 협업해 개설한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영상 제작 혁신’ 과정을 수강한 결과물이다.

성북구 미래학교에 참여한 용문고등학교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 공모전 시상식에서 교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성북구 제공

28일 성북구에 따르면 구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발맞춰 전공 탐색과 진로 설계를 돕기 위해 ‘성북미래학교’를 본격 추진 중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하는 방식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5곳이 고교학점제 지원에 나섰는데 특히 성북구는 8개 대학을 품은 도시답게 대학과 손을 잡았다. 구는 “실제 대학 강의와 실험 환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과정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학기 중에는 용문고를 비롯한 5개 학교 학생 130명이 ‘지역교육과정’에 참여했다. 3개 대학교 6개 학과 교수들이 각 고교로 찾아가 전공 이론과 실습 등 8주에 걸친 과정을 진행했다. 삼선동 한성여고가 성신여대 간호학과에서 개설한 ‘간호사의 첫걸음’을 생물 교과와 연계시켰고 길음동 계성고는 한성대 미래모빌리티학과와 국민대 법학부가 각각 마련한 ‘자율주행자동차 제작’과 ‘형법의 이해’를 정보·사회 과정으로 택했다.

용문고는 영상 제작 과정을 마무리한 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교생 대상 공모전을 열었다. 세윤이와 윤성이를 비롯해 3학년 한승욱, 2학년 최민재, 1학년 박준섭 학생까지 5명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고 학교측에서 시상식 겸 작은 시사회를 열었다. 황진호 교장은 “성북구에서 일찍부터 지역 교육과정을 지원해줘 한성대와 합을 잘 맞추고 있다”며 “방과후 과정이라 출석률이 관건인데 담당 교사가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기며 효과를 극대화 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총 16시간에 걸친 과정이 미래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영상학과 진학을 준비 중인 세윤이는 “반에서 일어나는 일을 최대한 담아 학교가 안즐거운 친구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에 대해 배우고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편집 실력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건축분야 진학을 희망하는 윤성이는 “제로하우스 시스템과 결합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미래학교의 또다른 축은 방학 중 대학 현장에서 진행하는 전공캠프다. 구는 지난 22일 고려대에서 ‘생명과학 전공캠프’ 개회식을 열고 시작을 알렸다. 고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와 성신여대 간호학과가 ‘진단생명과학과 디엔에이(DNA)’ ‘간호학의 에이(A)부터 제트(Z)까지’를 각각 준비했다. 9개 고교 40명은 디엔에이 추출 실험 등 나흘간 생명과학 분야 실습을 했고 30명은 4회차에 걸쳐 두개골 구조와 모형 실습에 참여했다.

성북구는 학생들과 학교측 의견을 들어 확대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고교학점제에 대응하는 교육 모형으로 발전시켜 지역 중심 교육생태계를 선도하는 사례로 만들어갈 방침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학교 교실, 대학 연구현장에서 전문가와 소통하며 진로를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지역 내 대학과 협력을 강화해 학생들이 꿈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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