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거부권 행사 노란봉투법, 여당 주도로 환노위 통과
8월 4일 본회의서 처리 방침
노 “진일보한 법안, 소중한 결실”
사 “현장 혼란, 국가경제 악영향”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됐다. 민주당은 8월 4일 열리는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본회의 통과 후 공포되면 6개월 후 시행된다.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진보당 장혜경 의원은 이날 법안소위에 이어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다루는 노조법 3조 개정에 대해서는 여당 측과 일부 합의했으나, 사용자 범위 확대 등을 담은 노조법 2조 개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모두 중도 퇴장했다.
노란봉투법은 이미 2023년 11월 30일과 2024년 8월 5일 두차례 민주당 중심으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소위 직후 “지난번에 폐기됐던 법안에서 더 구체화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며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정의 확대 등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조 용어 정의 부분의 ‘사용자’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노동조합’ 정의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부분을 삭제한 것도 새로운 내용이다. 특수형태근로(특고)·플랫폼 종사자 등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노조법 3조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엔 단체교섭, 쟁의행위 외에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를 추가했다.
또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손해를 가한 경우엔 배상 책임이 없다”는 조항과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의 활동으로 인한 노조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에도 신원보증인에게는 배상 책임을 물리지 않는 내용 등도 담겼다. 사용자가 노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내용과 노조·근로자가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권리도 포함됐다.
아울러 기통과된 안에서는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는데 이번 안에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근로자에게 인정돼 책임비율을 정할 경우 고려해야 할 구체적인 조건들을 넣었다.
사용자가 노조·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은 법 시행 전 발생한 손해에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노란봉투법의 환노위 전체회의 통과에 노동계는 “진일보한 법안, 소중한 결실”이라며 환영했다.
한국노총은 “다소 아쉬운 면도 있지만 진일보한 법안이라고 평가한다”며 “노조할 권리 밖에 놓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뭉치고 교섭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자는 개정 취지가 현실화할 수 있도록 개정 노조법 시대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폭염 속에서도 단 하루도 멈추지 않았던 노동자들의 투쟁이 만든 소중한 결실”이라며 “본회의 통과와 정부 공포, 시행까지 법의 실질적 안착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나아가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 확대 및 쟁의권 보장을 위한 노조 활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재계는 이번 법안이 내용의 모호성 등으로 산업현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노조법 개정으로 하청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산업생태계의 붕괴와 함께 일자리 감소 등 우리 산업 경쟁력은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라며 “특히 기업의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사항까지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이 된다면 우리 기업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대처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수정안이 노동계와 재계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28일 당정협의회를 거치면서 대부분 수정 내용이 사실상 철회됐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환노위 전체회의 의결 후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산업현장에서부터 노사의 대화를 촉진하고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뜻깊은 진전을 이루는 데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에도 충분한 의견 수렴 기간이 있다며 당정의 ‘7월 임시국회 내 처리’ 기조에 힘을 실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