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대 오른 농축산물…미 압박에 버티기

2025-07-29 13:00:35 게재

대미협상, 농축산물 개방 놓고 긴장감

농민단체 대통령실 앞 반대 결의대회

한미 통상협의가 막바지로 가고 있는 가운데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놓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최전선에 있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라면서 “국민들 피해를 막기 위해 모멸감을 참으며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농축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상황을 강조한 것이다.

전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이같은 상황을 우회적으로 밝힌 바 있다. 우 수석은 “한미 관세 협상에 미국의 압박이 거센 것은 사실”이라면서 “농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양보의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에선 한미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미국산 쌀 수입 확대, 30개월령 이하로 제한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제한 철폐 등의 내용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이나 유럽연합도 농산물 개방이 일정 부분 포함된 상황에서 한국만 피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농축산업계는 민감하게 반응 중이다. 전날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국내 농민단체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단순 시장논리에 입각해 또다시 농축산물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이는 정부가 5천만 국민의 생명 산업인 농축산업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선 볼멘 소리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농축산물이 테이블에 올라왔다고 해도 정말 무슨 안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정부가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농민들이) 뺨까지 쳐야겠냐”고 아쉬워했다. 농민들의 정부 압박이 협상 당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대통령실에선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사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내고 있다. 협상력 최대화를 위해 국론 분열이 아니라 최대한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비서실장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국의 통상 압박에서 시작된 관세 협상은 정부와 재계는 물론이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공동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민관뿐만 아니라 국회도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24시간 보고 체제를 유지하며 관세 협상 진행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에는 현지에 파견된 당국자들의 협의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현지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통상협의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러트닉 미 장관의 동선을 따라 미 워싱턴 DC와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협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조선업 협력 등을 포함한 여러 이슈들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해 양국 합의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후 당국자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편, 29일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선 총 18건의 심의 안건과 함께 중대재해 반복 발생 원인과 대응책 및 최근 경남 산청군 일대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사태의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해 집중 토의가 이뤄졌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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