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장관 “트럼프가 운전석에 있어”

2025-07-29 13:00:10 게재

“한국 관리, 나 만나러 스코틀랜드 날아와 … 진정으로 타결 원해”

한국협상단, 동선 따라다니며 정성 … 트럼프 회담 리허설은 없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아 있다. 그는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으며, 그가 말했듯이 관세율을 결정하고 국가들이 시장을 얼마나 개방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이는 이번 주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을 수행하는 동안 한국 당국자들이 찾아왔다고 확인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인들이 저녁 식사 후 나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한국인들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발언은 진행자가 ‘한국은 협상이 진행 중인가? 일본을 부러워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왔다.

러트닉 장관은 “내 말은, 그들이 얼마나 진정으로 협상 타결을 원하는지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8월 1일 전에 모든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의엔 “그렇다. 모두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역할은 대통령을 위해 테이블을 준비하는 것이고, 그가 무엇을 할지 결정한다”고 답했다.

앞서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24~25일 러트닉 장관을 만나 2차례 협상을 했다. 24일에는 워싱턴DC에서 만났고, 25일에는 그의 뉴욕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뉴욕자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대비한 리허설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러트닉 장관은 21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트럼프 회담 리허설’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예행연습을 시켜주었던 것이다.

다만 우리 협상단은 상호 관심분야 및 제안사항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떠난다는 것을 파악한 뒤 급박하게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이 코앞에 닥친 만큼 협상 불씨를 계속 살려 나가는 한편 우리측이 최대한 정성을 쏟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 백악관 공동기자단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애버딘으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객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점을 미뤄보면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워싱턴DC로 귀국길에 올랐을 가능성이 커 보이며, 김 장관과 여 본부장도 귀국하지 않고 스코틀랜드에서 다시 워싱턴DC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무역협상에서 미국 측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러트닉 장관의 동선을 따라다니고 있는 셈이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인 8월 1일 전까지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USTR 대표를 최대한 많이 만나 양측간 이견을 절충하는 협상을 이어갈 방침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대미 무역 규모가 큰 일본·EU가 잇따라 대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밝히고 자국의 시장을 개방하면서 기존(일본 25%, EU 30%)보다 낮은 15%의 관세율로 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EU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해서도 15% 관세를 일괄 적용받기로 한 점은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라는 대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고 에너지·무기 등 미국산 제품을 대량 구매하기로 한 점도 한국 협상단에게 압박요인이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의 조선 협력을 주요 지렛대로 삼아 협상에 임한다는 방침이어서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과의 25일 뉴욕 자택 협상에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고 이름 붙인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해 긍정적 반응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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