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해외 유학, 중국 급락 일본·유럽 부상
미국 선호 높지만 정치·환율 부담 가중 … 경제적 부담 줄인 실용적 유학지 선택 늘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거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복잡한 국제 정세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최근 해외로 공부하러 떠나는 유학생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데도 본인만의 꿈을 찾기 위해, 또 다른 기회를 얻기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 대학 입시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은 있다. 최근의 해외 유학 경향은 예전과 확실히 다르다 점이 눈에 띈다. 높은 환율과 전 세계적으로 치솟는 물가, 해외 대학 졸업 이후의 취업난 등으로 소위 ‘도피성 유학’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더불어 과거 미국이나 중국 등 대표 국가 몇 곳으로 쏠리던 유학 대상 국가 역시 최근에는 여러 나라로 확대되고 있다. 단지 ‘타이틀’을 따기 위한 유학이 아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유학 경비 안에서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한 ‘맞춤’ 유학으로 변화하고 있는 2025 해외 유학 경향을 짚어봤다.
최근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1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4년 국외 고등 교육기관 내 한국인 유학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26만명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해외 유학생 수는 조금씩 감소하다가 코로나 사태 직전이던 2017년 24만명에 육박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다시 급격히 감소했고 최근 약간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2024년 기준 유학생 수는 12만7000여 명으로 2011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미국 여전히 1위지만 점유율 감소세 = 가장 많은 유학생이 향하는 국가는 여전히 미국이다. 2010년 7만5000명을 넘었던 미국 유학생 수는 조금씩 감소해 2022년에는 3만9000여명으로 최저점을 찍었으나 2023년 다시 4만명을 넘긴 이후 2024년에는 4만3000여명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전체 유학생 중 미국 유학생의 비중 역시 2022년 31.8%, 2023년 33.1%, 2024년 34.5%로 증가세다.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고환율 상황이나 최근 미국 내 유학생과 해외 국민 배척 분위기, 졸업 후 취업 및 거주 불안정성 등으로 미국 유학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고정적인 유학 수요가 존재한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 유학생 수는 지난 15년간 줄곧 일정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작년에는 1만6000여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두번째로 많은 유학생이 떠나는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박재천 모닝에듀어학원 원장은 “현재 일본은 저환율과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 정책이 매력적”이라며 “장학금 혜택도 많아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등록금으로 대학 과정을 마칠 수 있고 취업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유학 수요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2017년 중국 유학생 수는 7만3000명으로 같은 해 6만1000여 명이던 미국 유학생 수를 넘어 가장 많은 한국 유학생이 선택한 국가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후 급감해 2024년 중국으로 떠난 유학생 수는 1만4000여명에 그쳤다. 그중 4000여명이 어학연수생으로, 대학·대학원 등 학위 과정 유학생 비중이 높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실질적인 학위 과정 유학 수요는 더 낮다.
김민경 경기 청심국제고 교사는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미국을 가장 먼저 고려하되 일본이나 홍콩 등의 대학을 추가로 지원하는 경우가 최근 늘고 있다”며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유학 수요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아시아권 급부상 = 대신 홍콩, 싱가포르 등이 중화권 유학 수요를 흡수했다. 두 국가는 영어권 환경인 데다 2026 세계 대학 순위에서 8위를 기록한 싱가포르국립대(NUS), 11위를 기록한 홍콩대 등 질 좋은 교육 환경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양현규 KII글로벌스쿨 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미국이나 영국 대비 절반 이하의 예산으로 다닐 수 있고 졸업 후 취업률이 높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부가 대부분 홍콩, 싱가포르에 있어 취업 후 경력을 쌓고 보다 글로벌한 커리어를 이어가기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미국이나 영국 등 대표적인 영미권 국가 유학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이다. 때문에 최근 서구권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여러 유럽 국가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실제 주요 국가별 유학생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캐나다나 호주 등 영어권 유학생 수는 감소세인 데 반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권 유학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대부분의 대학이 국립이라 학비가 없거나 저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전유진 클로버유학원 원장은 “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이 국공립이라 학비가 무료이고 대학 간 서열이나 교육 수준 격차도 없다”며 “유학생에게도 졸업 후 18개월의 구직 비자가 제공되고 구직 활동에서도 큰 차별을 받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국가 자체가 다양성을 추구하고 외국인 이민자에게도 비교적 포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대부분 대학 학비가 무료이며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다. 이 밖에 네덜란드는 첨단학과일수록 영어로 수업하는 학사 학위 과정이 많고 학비가 영국 대학 대비 절반 수준이라 영미권 유학을 계획하던 학생에게 대안으로 떠올랐다. 헝가리나 체코 등 동유럽 국가는 의·약대 입학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에서 인기다.
◆독일 프랑스 저비용 고품질 교육 인기 = 유학 국가만큼 유학생의 전공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학생에게는 경영학 등 인문계열의 인기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으로 대표되는 이과계열을 선호하는 추세다. 취업부터 연봉까지 유리한 면이 많고 입시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수능에서 수학·과학 성적이 중상위권 이상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관건은 언어다. 이승옥 대구프랑스문화원 원장은 “프랑스 대학은 프랑스어 능력 인증시험(DELF)에서 중간인 B2 이상을 유학생에게 요구한다”며 “입학 후에도 프랑스어를 잘할수록 기회가 많아지기에 언어 실력이 유학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유학 국가도, 희망 전공도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보니 더욱 면밀한 유학 준비는 필수다. 박 원장은 “국가별로 큰 틀에서 입시 절차의 유사성은 있지만 대학마다 입학 시 요구하는 시험 성적이나 세부 조건은 다르다”며 “학교마다 별도의 입학시험을 치르기도 하므로 학교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정과 절차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별, 대학별로 유학생에게 제공하는 각종 장학금이나 지원금 역시 정보를 많이 알아볼수록 기회가 생긴다.
실제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 4명을 통해 각국 유학의 현실과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언어 능력의 중요성과 적극적인 자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유학 문화 적응이 관건 = 일본 히토츠바시대 경제학부 2학년 신상엽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자연스레 일본어를 익혔다. 중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 일본어능력시험(JLPT) 최고 레벨인 N1을 고등학교 1학년 때 획득했다. 신씨는 “미국 유학은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웠고 일본은 내수 시장 규모나 국제 사회 영향력이 우리나라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유학 계기를 설명했다.
일본 대학 외국인 전형에는 일본유학시험(EJU), 토플, 대학별 본고사가 필요하다. 신씨는 “JLPT N1을 획득했지만 일본 대학 입시에는 일본어 실력이 부족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유학원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EJU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홍콩 유학 글로벌 경험 장점 = 홍콩대 공학부 2학년 신연승씨는 초등학생 시절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살았고 중학생 이후 한국 국제학교에 다녔다. 어릴 때부터 해외 생활을 해왔고 영어 실력도 갖춰 자연스레 해외 유학을 생각했다. 신씨는 “미국이나 영국 명문대에 지원할 만큼 성적은 안정권이었지만 높은 학비가 발목을 잡았다”며 “대학 순위는 높으나 경제적 부담이 덜한 아시아권 대학을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 A레벨을 공부해 홍콩대 입시 조건을 맞췄다. GPA 관리를 철저히 하고 수학, 심화 수학, 물리, 경제 4과목을 2년간 공부한 후 A레벨 파이널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신씨는 “1학년 첫 학기는 무척 힘들었다”며 “아시아권이지만 문화 장벽이 높았고 캠퍼스 밖 홍콩 현지인과는 소통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1학년 2학기에 인도 영국 일본 등에서 온 친구들과 친해지며 적응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계량경제데이터사이언스학과 2학년 김지현씨는 중학교 졸업 후 해외 공부를 위해 국제학교로 진학했다. 영국 등은 학비 부담이 커 네덜란드로 결정했다. 김씨는 “다른 유럽권 대학과 달리 많은 학과가 영어로 수업해 언어 장벽이 덜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국내 고교 과정 이수만으로도 입학이 가능할 정도로 문턱이 낮다. 다만 졸업이 힘들다. ‘Binding Study Advice(BSA)’ 제도로 1학년 때 일정 기준 학점을 취득하지 못하면 퇴학당한다.
김씨는 “1학년 때 10과목 중 2과목 이상 탈락하면 학교를 나와야 했다”며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열심히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프랑스 유학 언어 능력 절대적 = 프랑스 툴롱대 응용언어학과 2학년 임성연씨는 대구에서 일반고를 졸업하고 재수했으나 대입에 실패한 후 방황하다 프랑스어 독학을 시작했다. 임씨는 “더 특별하고 매력적인 언어를 익히고 싶어 프랑스어를 선택했다”며 “부모님을 설득해 어학연수를 가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2년간 어학연수 후 툴롱대로 유학을 결정했다. 국립대 대부분이 외국인에게 학비를 거의 받지 않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프랑스 대학 입시는 한국에 비해 단순하다. 외국인 전형은 한국 대학 합격증으로 대체 가능하지만 DELF라는 프랑스어 공인시험 성적이 관건이다. 임씨는 “인터넷 강의로 독학하며 화상 과외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B2레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외국인 유학생이 전체 학생의 12%가량을 차지한다. 공립대는 외국인에게도 국가 지원을 제공하고 각종 공공기관도 주거비와 교통비를 지원한다. 임씨는 “1학년에서 2학년 진급률이 40% 정도여서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며 “프랑스어 능력을 최대한 키우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기수 기자·김원묘·이지혜 내일교육 리포터 wisdo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