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횡령·배임 혐의 수사 착수
경찰청, 시민단체 고발 서울청 배당
‘교환사채 발행 시도’ 추가 고발 포함
경찰이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금융범죄수사대는 시민단체들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이 전 회장을 경찰청에 고발한 사건을 접수했다.
앞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금융정의연대, 민생경제연구소, 태광그룹바로잡기공투본, 한국투명성본부 등 10개 시민단체는 이달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7월과 2023년 4월에 검찰에 고발했던 이 전 회장 사건을 경찰에 다시 고발했다.
이 전 회장이 그룹 계열사였던 티브로드의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2000억원의 이득을 봤고,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이 운영하는 휘슬링락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강요해 1000억원대 규모의 배임을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다음달 초 7일 해당 시민단체 대표들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민단체는 이 전 회장의 3200억원 상당의 태광산업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 했던 것과 관련한 추가 혐의도 고발했다.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 승계를 위해 총수 일가가 자사주를 매각했다는 취지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에 대한 EB 발행을 의결했다. 하지만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초 발행을 중단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전 회장이 EB 결정, 특별사면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관여한 녹취록 등이 제출한 증거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태광그룹측은 시민단체의 고발 혐의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재고발장을 제출한 태광바로세우기공투본과 흥국생명 해복투 등 시민단체 대표들은 과거 흥국생명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하면서 해킹한 회사 기밀자료를 외부에 유출했다가 해고된 사람들”이라며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태광그룹을 상대로 고발과 집회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이 고발장에서 주장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EB 발행과 관련해 태광산업을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거래소는 자사주 처분 및 EB 발행과 관련한 공시 위반 등을 지적하며, 태광산업에 벌점 6점과 제재금 7600만원을 부과했다.
태광사업은 자사주 처분 및 EB 발행 결정을 한 후 이달 초 장래사업·경영 계획을 공시했다. 하지만 공시 전 보도자료로 해당 내용이 먼저 나왔고, 거래소는 이 점이 공정공시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회사가 EB 발행 계획을 발표한 직후 EB 발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 태광산업은 지난 2일 관련 절차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안건도 공시 전 보도자료로 먼저 나온 점이 공시 불이행의 사유가 됐다.
태광산업은 또 자사주 처분 및 EB 발행 결정을 알리며 매각 대상자를 지정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을 뒤늦게 매각 대상자로 지목하면서 “처분 상대방 확정은 내부절차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매각 대상자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거나, 공시 위반 사항이 있다면 거래소는 불성실공시 여부에 대해 심사할 수 있다.
장세풍·이제걸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