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공지능시대, 해양안전 패러다임 전환

2025-08-01 13:00:05 게재

최근 챗GPT의 국내 월간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15세에서 50대 인구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호기심을 넘어, 일상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경험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재명정부도 대선 공약과 정부의 국가전략 과제로 AI 산업 발전을 위해 5년간 총 100조원 규모의 민·관 공동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한 AI 데이터센터 구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신경망처리장치(NPU) 국산화, 한국형 챗GPT 개발, AI 인재 양성 등이 논의된다.

해양수산계도 변화의 흐름 위에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정책연구에, 한국선급은 선박검사 기술개발에 AI 분석을 활용 중이다. 해양환경공단은 AI 지능형 로봇으로 해양오염물 수거를, 국립해양조사원은 AI 기반 해무 소산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안전한 해상교통망 구축에도 AI 기술이 적용 중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부터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 누리집에서 국내 최초 AI 활용 해상교통량 예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배타적경제수역(EEZ) 전체와 동아시아 일부 해역까지 혼잡도를 조회일 기준 최대 72시간까지 1시간 단위로 예측한다. 개발 과정에 공공데이터 약 9억건이 활용됐다.

현재까지 선박 종사자 1만3000여명과 선박 2만여척이 MTIS에 가입해 여객선 실시간 운항정보, AI 기반 해상교통량 분석과 위험예보, 원스톱 선박검사 서비스 등을 누리고 있다. 실제 MTIS 사용자들의 여객선 운항 데이터 전산화와 선박의 체계적 정비계획 수립 사례들도 이어지고 있다.

선박검사, 실시간 여객선 정보 등 민원 응대에도 AI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대화형 AI 챗봇인 ‘해수호봇’은 선박 종사자와 섬 주민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해양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공단은 앞으로 ‘해수호봇’에 선주 맞춤형 안전정보 제공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공단이 개발 중인 ‘연안여객선 운항 예측 모델’ 역시 마찬가지다. 기상기후데이터(기상청)와 여객선 운항정보(공단) 등을 AI로 분석하는 운항 예보 시스템이지만, 목적은 단순한 이용객의 편의가 아닌, 바다 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연 1300만명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

해양안전 분야에서 AI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에 비해, 신뢰의 축적에는 시간이 걸린다. AI 활용은 데이터 정확도에 대한 책임과 윤리적 기준, 개인정보 보호 등 엄격한 원칙 위에서 작동할 때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다.

AI 기술이 해양안전 현장에 정착하기 위한 과제는 중요하다. AI를 책임있게 활용할 실무자의 이해와 판단력은 필수이다. 안전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 국민과 현장의 신뢰도 얻어야 한다.

AI 시대가 행정의 방식과 실천 구조를 혁신하고 있지만 해양교통안전의 본질적 가치와 책무는 변함없을 것이다.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