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구강노쇠, 전신노쇠와 깊은 연관

2025-08-04 13:00:05 게재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어서는 이 시기에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의 기능이 점차 약해지는 것을 ‘노쇠’라고 한다.

최근 ‘구강노쇠’라는 개념이 사회에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구강노쇠는 구강 기능이 약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단순히 치아가 몇개 빠지거나 잇몸이 안 좋아지는 것을 넘어 우리 몸 전체의 건강, 즉 전신노쇠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구강노쇠는 단순한 노화현상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치아가 마모되고 잇몸이 약해진다. 하지만 구강노쇠는 이러한 생리학적인 노화현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구강노쇠는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 씹는 능력이 떨어진다. 치아 상실, 치주질환, 의치 불편감 등으로 인해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침 분비 감소로 인한 구강건조증이 나타난다. 침은 음식물 소화를 돕고 입안을 세척하며 충치와 잇몸병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침이 마르면 입안이 텁텁하고 음식물을 삼키기도 어려워진다. 셋째, 혀의 기능 저하와 미각 변화다. 혀의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맛을 느끼는 감각이 떨어지면서 음식 섭취의 즐거움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구강기능의 저하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심각한 건강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잘 씹지 못하면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섭취하게 되고, 이는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의 부족으로 이어져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근육감소와 체력저하를 유발해 전신노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입 안 작은 염증이 만성질환 발생 위험 높여

구강노쇠는 어떻게 전신노쇠로 이어지는 걸까? 잘 씹지 못하면 부드러운 음식만 찾게 된다. 채소 과일 육류 등 단단하거나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피하면서 필수영양소 섭취가 줄어든다. 이는 체중 감소, 근육량 감소, 면역력 약화로 이어져 전반적인 신체기능 저하를 가져온다.

구강기능 및 전신건강이 약해지면 음식물을 씹고 삼키는 과정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연하장애라고 하는데, 연하장애는 음식물이나 구강 내 세균성 분비물이 기도로 넘어가며 유발하는 흡인성 폐렴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 폐렴은 노년층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구강위생 불량과 연하장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치주질환(잇몸병)은 구강노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잇몸병은 입안의 세균과 세균 활동의 결과물인 치태와 치석이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며 이로 인한 염증물질과 세균은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이는 동맥경화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만성 전신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즉, 입안의 작은 염증이 전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구강기능이 떨어지면 발음이 부정확해지거나 입 냄새가 심해져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한 틀니 등의 문제로 식사에 제약이 생기면서 외식을 꺼리게 되고, 이는 사회 활동의 감소와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은 노년층의 우울감과 인지기능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구강노쇠를 예방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1년에 최소 한번은 반드시 치과를 방문해 구강검진을 받고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치아와 잇몸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구강노쇠 예방의 가장 기본이다.

식사 후 그리고 잠자기 전에 양치질을 철저히 하고,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해 치아 사이사이까지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의치를 사용한다면 매일 세척하고 관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구강건조증 예방을 위해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고 야채를 섭취하며, 탈수를 유발하는 카페인 음료나 알코올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인공타액 제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첫번째 소화기관 관리 인식 중요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단백질은 근육 유지에 필수적이므로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잘 씹기 어렵다면 다지거나 부드럽게 조리하는 등 조리법을 변경해서라도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입은 단순히 음식을 먹고 말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입은 우리 몸의 첫번째 소화기관이자 외부와의 소통창구다. 구강건강은 전신건강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구강노쇠는 단순히 구강기능의 저하를 넘어 전신건강 악화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므로 꾸준한 관심과 관리, 충분한 예방이 필요하다.

김동현 단국대 치과대 교수 죽전치과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