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탁 칼럼

만기친람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

2026-05-06 13:00:10 게재

6.3 지방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당과 후보들은 분주해졌지만 세상의 관심은 아직 무덤덤하다. 누가 누구를 상대로 얼마나 이기고 질 것이라는 식의 경마식 보도는 선거 때 열독률이 가장 높은 뉴스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뉴스로 먹고 사는 언론에서도 이런 아이템을 그다지 즐겨 취급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시중에선 오히려 선거 무관심, 선거 실종 같은 단어들이 현실감 있게 와 닿는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전쟁과 휴전 소식, 그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주식시세는 선거에 대한 관심을 저만치 밀어낸다. 하긴 지방권력이 누구 손에 들어가든 내 삶과 별무상관이라 생각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결과가 뻔한 선거에 구태여 눈길 줘야 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당 대표에서 쫓겨나 무소속으로 출전한 야권의 스타정치인, 그리고 야당 공천을 받은 공식후보가 3파전을 벌이게 된 부산 북구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그나마 볼거리다.

선거전이 본격화되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을까. 야당 대표를 비롯한 윤 어게인 세력의 끝간데 모를 정치적 자해로 여당이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여당이 잘해서 승리하는 구도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도 공소취소모임에 조작기소특검법 발의까지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행보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여당 압승이 점쳐지는 것은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 효과 덕분 아닐까.

민주당의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행보

만기친람은 과거 왕조시대 임금이 모든 일을 친히 살펴보고 세부사항까지 결정하는 통치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근대 국가에선 최고책임자가 사소한 일까지 직접 결정해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비유할 때 쓰인다. 칭찬보다 비판의 뉘앙스가 강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깨알지시 만기친람은 그의 합리적 실용주의, 실천적 현장주의가 녹아들면서 정반대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지지세가 강해지면 총선이든 지선이든 여당이 유리한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부처별 업무보고나 국무회의를 진행하면서 모든 장면을 TV 또는 유튜브로 생중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에 의해 설치된 부(部) 처(處) 청(廳) 위원회 등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최근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유관기관까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 앞에서 업무보고를 했다.

아무리 절대권력의 통치자라 해도 국정운영에 자신이 없다면 회의장면을 국민들에게 생중계로 보여주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신이 아닌 이상 그 많은 정부기관의 조직체계와 행정업무를 모두 알 수는 없고, 미리 짜고 치는 연출이 아닌 이상 언제 어느 대목에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위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특유의 과단성으로 생중계를 지시했고, 결과는 문자 그대로 대박 히트다. 회의에 임하는 공직자들은 까닥 잘못하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할 수밖에 없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은 재미와 감동, 정치 효능감을 느낀다며 대부분 긍정 평가한다.

생중계 회의에서 빵빵 터지는 관전포인트는 대통령과 기관장들이 나누는 질의응답이다. 대통령은 질문의 요지를 벗어나 장황한 설명을 하는 기관장이 있으면 “지금 다른데 가서 노시나. 업무파악을 못하고 계신 느낌이 든다”고 일침을 놓는다. 업무보고 중 ‘저희나라’ ‘대인배’ 같은 잘못된 표현이 나오면 “공직자라면 언어의 품격부터 갖추라”고 깨알 같은 지시를 내린다.

요즘 학생들이 한자교육을 받지 않아 대통령 이름인 있을 ‘재’ 밝을 ‘명’도 모를 정도라는 보고를 받고는 “그래서 ‘죄명’이라 쓰는 사람이 있지 않느냐”고 상상 밖의 농담을 던져 장내 분위기를 일순 누그러뜨리기도 한다.

또 체납세금 받아올 관리인력이 없어 체납액이 천문학적으로 쌓여간다고 하자 “그들이 걷어오는 세금이 인건비의 몇 배는 된다. 이건 지출이 아니라 수익사업”이라며 당장 관리인원 채용계획을 세우라고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인구감소지역 대책과 관련해선 “귀농하려 해도 땅값이 비싸서 못한다고 한다. 농사 안 지으면서 투기목적으로 들고 있는 자산을 가려내 귀농인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책적으로 지시한다.

여당 압승 전망은 대통령의 만기친람 효과

이 같은 중계영상은 디지털 플랫폼에 빠짐없이 올라있어 언제든 다시 보기 할 수 있다. 생성된 영상은 이미 수백 개이고, 영상 하나에 조회수가 수만에서 수십만, 댓글이 수백 수천개씩이다.

이 댓글에 나타난 반응을 보면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가 아니어도 이번 선거 결과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게 진정한 나라의 모습 아닌가요.” “업무보고가 넷플릭스보다 재미있네요.” “이런 대통령 본 적 없다. 5년 써먹기엔 아깝다.”

신한대 특임교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