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안전 강화를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6개월이 지났다. 실효성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처벌로 재해를 예방하고자 했던 취지가 무색하게 법률 시행 이후에도 크고 작은 재해가 잇따르는 중이다. 지난 정권 시기에만 10.29 이태원참사, 오송지하차도참사, 무안공항 제주항공기참사와 같은 대형 사회재난, 화성아리셀 화재사건과 같은 대형 산업재해가 있었다.
그나마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와 처벌이 가능한 사건은 다행이지만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책임지는 자가 아무도 없는 재해가 너무 많다. 심지어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다뤄질 수 없는 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정의하고 각각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토록 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는 안전보호 대상을 ‘종사자’로, 안전관리 범위를 ‘사업’과 ‘사업장’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중대시민재해는 안전보호 대상을 시민으로, 안전관리 범위를 일정규모 이상이나 특정한 대상만으로 규정한다. 그러다보니 시민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대상 여부에 따라서 기소와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행정기관의 장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부실하게 관리·운영하더라도 이를 파악하기 어렵고 이를 근거로 처벌하는 게 불가능하다.
시민재해에 대한 법 규정 모호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법률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정하고 재해 발생 후 처벌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들이 재해 사전 예방에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인력·예산을 비롯해 세부적인 예방규정을 제시하고 이를 부실하게 관리한 경우에 대한 처벌규정도 포함해야 한다. 얼마 전 발생한 오산시의 옹벽붕괴와 같이 관행적인 업무형태로 위험에 접근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서는 안전보호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간 시민이 죽거나 다치는 재해가 무수했지만 중대시민재해로 기소된 사건은 오송지하차도참사 한건이었다.
중대시민재해 예방을 전반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률의 제정과 이를 총괄할 부처도 필요하다. 중대시민재해 관리대상으로는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 원료 및 제조물이 규정되어 있다. 국토부와 관련된 내용이 많지만 원료 및 제조물의 경우 관련 내용이 여러 부처를 아우른다. 재해 관점에서 보면 주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상의 사회재난에 포함되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가칭 ‘사회재난예방법’을 제정해 중대시민재해 예방을 지원해야 한다.
또 중대시민재해 대상을 내용적으로 따져보면 국방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전부처가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해 행정안전부가 조정자로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국회 정부 시민이 함께 노력을
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정착과정에서 비치는 우리사회의 반응과 모습들이 우리사회의 수준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시 정착되는데 빨라도 5~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4년여를 돌이켜 보면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정부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