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로7 시대, 브레이크·타이어 기술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동차산업은 지금 기술적 대전환의 한가운데에 있다. 전동화 디지털화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환경적 책임까지 함께 지는 복합기술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유럽연합(EU)은 ‘유로7(Euro7)’이라는 새로운 환경규제를 발표, 자동차 전반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배출을 보다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유로 7은 내연기관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차 전기차까지 규제범위에 포함하며, 차량 운행 중 발생하는 비배기 오염물질인 브레이크 분진과 타이어 마모 입자까지 관리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는 차량의 모든 구성 요소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정책적 전환을 뜻한다.
실제로 유로7이 시행되는 2026년 11월부터는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의 브레이크 마모 입자 허용 배출량이 소형차 기준 7mg/km/대 이하로 제한되며, 전기차는 이보다 더 엄격한 3mg/km/대 이하로 규정된다. 그러나 2035년부터는 동력원과 관계없이 모든 차량에 대해 3mg/km/대 이하의 기준이 일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업계에 있어 기술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유로7은 질량기준(PM)뿐 아니라 입자수(PN) 기준까지 도입할 계획이어서 초미세 입자까지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고난도의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초미세 입자 제어할 고난도 기술 요구
이에 따라 부품업계는 저마찰·저마모 브레이크 시스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 모두에서 친환경 기술이 필요하며, 특히 디스크 마모 저감을 위한 고경도 표면 코팅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텅스텐 카바이드 기반의 고속 열용사(HVOF) 코팅, 하드메탈 레이저 클래딩, 물리기상증착(PVD)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개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양산차량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산공정의 단순화, 대량생산 가능성, 원가절감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결국 브레이크 시스템의 친환경화는 성능과 경제성, 규제대응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복합과제다.
EU는 또 2028년부터 승용차(C1), 경상용차(C2), 대형트럭(C3) 등 전 차종을 대상으로 마모 입자 기준을 도입한다. 타이어 업계는 이에 대비해 내마모성과 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신소재 컴파운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무분자 구조의 최적화, 카본블랙과 실리카의 균일한 분산, 트레드 패턴 설계의 정밀화 등이 주요 기술개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배터리 무게 전체 중량이 늘어나는 전기차의 경우 타이어 마모속도도 가속화되고 있어 더욱 정밀한 설계와 소재개발이 요구된다. 최근에는 타이어 마모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데이터를 축적·분석할 수 있는 스마트센서 기술과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이 접목되면서 타이어 기술도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산업 제약 아닌 기술혁신의 기회로
유로7은 산업계 전반에 단기적 대응을 넘어선 장기적인 기술전략 수립을 요구한다. 브레이크와 타이어는 더 이상 단순 소모품이 아닌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실현의 핵심 구성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친환경 소재 개발, 정밀 마모제어기술 확보, 전과정평가(LCA) 기반의 제품설계 등 종합적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유로7은 산업의 제약이 아닌 기술혁신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