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훈풍·세제 개편안 재검토 소식에 국내 증시 반등
정부, 주주환원 확대·소액 주주 권익증진 목표
증권가 전문가들 “최종 개편안, 수정 가능성 커”
정부의 세제 개편안 여파로 지난 1일 4%대 급락했던 국내 증시가 개편안 재검토 소식에 다시 반등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주주환원 확대와 소액 주주 권익증진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최종 세제 개편안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코스피 3200선 회복…외국인 순매수 전환 = 5일 국내 주식 시장에서 코스피는 장 초반 1.9% 상승하며 32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도 800선을 넘었다. 전일보다 39.40포인트(1.25%) 오른 3187.15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9시 23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60.46포인트(1.92%) 오른 3208.21에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51억원, 335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만 958억원 순매도 중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3509억원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15.97포인트(2.04%) 오른 800.03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7.88포인트(1.01%) 오른 791.94로 출발해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은 101억원 순매수 중이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55억원, 12억원 순매도 하고 있다.
국내 증시 상승세는 간밤 미국 증시가 9월 금리인하 기대감 확산에 강세를 보인 점에 힘입었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해 안정되는 점도 지수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2원 하락한 1384.0원에 개장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9분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2.7원 내린 1382.5원을 나타냈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에 따른 충격에서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 최대 화두인 세제 개편안을 놓고 정치권 내부에서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재검토,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 조정 등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여당 지도부에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강화 방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해 전달해달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나 조정될까 주목 = 증권가 전문가들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 조율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대만큼은 아닌 세제 개편안이지만 현 정부가 본질적으로 주주환원 확대를 장려 및 소액주주 권익 신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법안 수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기대했다.
특히 상법 개정이 여전히 주주 친화적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세제안의 조정 여부가 향후 증시 방향성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세제 개편안이 그대로 입법될 경우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당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식 투자자들의 표심이 대거 이탈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대주주 요건 상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고 대통령실은 당이나 입법기관이 제안하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혀 일정 부분 변화의 가능성을 암시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IB “밸류업과 역행” … 고배당주 자금 유출 =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최근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잇달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전일 발표한 ‘한국: 정부의 세법 개정 계획’ 보고서에서 “이번 개정안 발표 이후 여당 내부의 이견에 대한 언론 보도와 주말 사이 여당 지도부 교체를 고려하면 세금 정책 향방(outlook)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도 ‘헉, 세금 인상’(Yikes, tax hikes)이라는 제목의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 세제 개편안이 국회에서 원안대로 모두 통과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증시가 반 시장 정책에 실망할 것”이라며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로 세금 인상이 예견되긴 했지만, 일부 여당 인사들이 추가적인 세금 인하의 목소리를 내왔고 대통령도 증시 재평가를 계속 강조해 온 만큼 이런 청사진에 반하는 세제 개편안 내용은 의외”라고 평가했다. 심종민 CLSA 연구원은 “상법 개정이 작동하려면 배당·상속세 인하 등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이는 예상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조건이 많고 최고세율 35%는 대주주에게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라서 배당성향을 높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국계 증권사 씨티그룹은 한국의 세제개편안 논란을 이유로 아시아 신흥시장(EM) 비중을 중립으로 낮췄다. 씨티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증시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을 높이겠다는 정책 취지와 180도 상반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