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건복지부 웰다잉 전담부서 설치를 제안한다

2025-08-06 13:00:01 게재

2024년 7월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 1000만명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는 단순히 인구구조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 왔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는 어르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의 모습을 명확히 보여준다. ‘스스로 정리하는 임종’ ‘고통 없는 죽음’, 그리고 ‘가족에게 부담 주지 않는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죽음에 대한 개인의 바람이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시스템도 이를 뒷받침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을 통해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지원하는 것을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설정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접근성 및 질 향상, 연명의료결정제도 정착 및 활성화, 그리고 웰다잉 문화 확산 등을 2025년까지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이미 해당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전담 체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웰다잉 프로그램 성과와 전담 부서 필요성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노인종합복지관에 웰다잉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그 필요성을 확인하고 있다. 2024년 전국 노인종합복지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기관의 88.6%가 웰다잉 프로그램 운영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웰다잉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높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웰다잉 프로그램 운영 결과 참여자들의 죽음 수용도와 준비도가 높아졌으며, 삶의 의미와 목적 인식이 개선되고(77.2%),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54%)하는 등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나아가 참여자의 재능기부(56.5%)와 후원(13%) 등 사회환원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결과도 나타났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웰다잉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교육에 웰다잉 교육을 도입하는 방안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미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수업을 진행, 미래세대의 죽음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함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선제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국가의 웰다잉 관련 역할은 단순히 임종 관리에 그쳐서는 안된다. 국민의 삶과 죽음 모두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죽을 때까지 잘 사는 것’을 위한 국가대계를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웰다잉 정책 전반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며 심도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할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보건복지부 내 웰다잉 전담 부서의 설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죽을 때까지 행복한 삶, 국가 책임

웰다잉 전담 부서 설치는 단순한 정책 개정을 넘어 생애 말기 지원 및 노후 준비 지원의 중요성을 증대시키고, 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며,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의 삶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품격 있는 삶과 죽음을 준비할 때다.

박노숙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