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산재에 공공기관·기업 초긴장
정부, 초강경 산업재해 대책 논의 중
산업부는 에너지 공기업 사장단 회의
4명 사망한 포스코이앤씨 대표 사임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강한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서도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형사처벌과 경제적 징벌 등 대책을 검토하면서 건설업 등 상대적으로 사고가 잦은 분야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 사망사고 4건을 기록한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가 사임했다.
6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60대 직원이 압축기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에서 A씨가 압축기에 끼인 채 발견됐다. A씨는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민간 위탁업체 소속으로 순찰 등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자원순환센터는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마포구의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을 선별해 처리하는 시설이다. 지난해 12월 준공해 올 3월까지 시험 운영을 마친 뒤 정식 운영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시신 부검을 의뢰해 사인을 밝힐 방침이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직원 진술 등을 토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와 현장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노동부도 해당 사업장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북 상주에서도 이날 한 공장에서 50대 남성이 굴착기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나 경찰과 노동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 등에 따르면 5일 오후 4시 24분쯤 상주시 공검면 한 톱밥제조공장에서 50대 남성 B씨가 작업 중 굴착기에 신체 일부가 깔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B씨는 닥터헬기로 안동 지역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굴착기가 이동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경의를 조사하고 있다.
경기 파주시에도 5일 한 공사장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던 일용직 근로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파주시 문산읍의 한 신축 건물 공사장에서 60대 남성 C씨가 천장 에어컨 설치 작업 중 약 3m 아래로 추락했다. C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에서는 한 초등학교 증축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작업대에서 떨어져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8일 만에 숨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8시 25분쯤 이 지역 한 초등학교 증축 현장에서 60대 노동자 B씨가 에어컨 배관 설비 작업을 하던 중 2m 아래로 떨어졌다. D씨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치료받다가 숨졌다.
D씨가 속한 사업체는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인 곳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계속되는 사고에 건설업계는 물론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을 관리 감독하는 공공기관들도 초긴장 상태다.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에너지 공기업의 감독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김정관 장관 주재로 5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5개 한전 발전 자회사, 석유공사, 가스공사 사장이 참석했다.
이날 김 장관은 철저한 안전관리를 주문하면서 산업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불법 하도급 등 관행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산업재해 방지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따라 ‘정보통신 공사·우정 분야 산업재해 점검 TF’를 구성하고 안전사고 발생 현황, 산업안전보건법 등 규정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한다고 5일 밝혔다. 점검 대상은 통신사 선로가 매설된 맨홀, 기지국과 일선 우체국 및 우편배달 현장 등이다.
잇단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5일 “중대재해 근절 전담팀(TF)을 발족해 건설 안전 혁신을 이뤄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단련은 전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한승구 회장 주재로 건설 현장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건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던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가 5일 사임했다.
정 대표의 사임은 지난달 29일 중대재해 관련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서울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A씨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이 회사 현장에서는 4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먕했다.
업계에서는 대표 사임에도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이 중대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건설면허 취소’ 등 강력한 제재를 언급했음에도 또 다시 인명사고가 발생, 범부처 차원의 처벌 수위가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장세풍·한남진·김성배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