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22개월째 이스라엘, 금융시장은 고공행진
블룸버그 “주가 상승, 셰켈 강세, 투자 유입”
이스라엘은 22개월째 여러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금융시장은 고공행진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이스라엘 주식을 총 85억셰켈(약 3조5000억원) 순매수했다. 이스라엘 보험 및 금융서비스 관련 주식은 68% 급등했다. 기업공개(IPO) 건수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셰켈화는 지난 4개월 동안 달러 대비 9% 이상 절상되며 세계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는 통화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스라엘 비영리단체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Startup Nation Central)’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스라엘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금 유치가 최근 3년 중 가장 활발했다. 민간자본 유치 규모는 총 93억달러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54% 급증했다.
올해 3월 구글은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위즈(Wiz)’를 320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달엔 팔로알토 네트웍스가 이스라엘 출신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사이버아크(CyberArk)’를 250억달러에 사들였다. 핀테크 기업 ‘멜리오(Melio)’, 소프트웨어 업체 ‘워크미(WalkMe)’, 소기업 보험 스타트업 ‘넥스트 인슈어런스(Next Insurance)’ 등도 각각 15억달러 넘는 금액에 매각됐다. AI 반도체의 강자 엔비디아는 지난달 이스라엘 북부에 대규모 캠퍼스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쟁이 오히려 투자 요인이 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을 사전에 막지 못했지만, 그 이후 보여준 군사력과 정보 능력은 전세계 투자자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많은 투자자들은 이스라엘의 ‘존재론적 위기’가 ‘지역 패권’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작은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이 주도한 작전으로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무전기가 폭발하면서 수백명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건이었다. 이 작전에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했다. 무고한 레바논 시민과 어린이도 희생됐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력으로 받아들였다.
이어 헤즈볼라가 약화되며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됐고, 올해 6월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이란을 공격해 핵 시설과 방공망에 큰 타격을 입혔다. 블룸버그는 “이처럼 중동의 권력 구도는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바뀌었고, 투자자들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랠리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시그마 클래리티 인베스트먼트 하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이단 아줄라이는 “지금 시장의 상승은 일종의 ‘투자자 FOMO(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심리)’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만으로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담보할 수 없다”며 “군사적 성과를 외교적 성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FG 자산운용’ 이스라엘 지사의 CEO 조셉 울프도 “중동 주변국과 평화적 관계가 구축된다면, 걸프지역을 겨냥한 투자 펀드와 금융 구조도 빠르게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