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시간이 흘러도 계속됐다
학업 군복무 취업 등 새로운 문제 … 교육부·국방부·고용부 등 부처 칸막이 없는 지원 필요
“병원에 가도 의사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여부를 알 수 없어서 일반 환자처럼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픈 건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미 있는 질병코드(화학물질 중독 코드)를 활용하는 식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병원에 가면 의사가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자동으로 의료비 지원 시스템에 연결될 수 있습니다.”
6일 이은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너나우리 대표는 이렇게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2011년 세상에 알려졌다. 1990년대 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로 폐섬유증 등 심각한 건강 피해가 일어났고 많은 이들이 죽었다.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만 약 59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체 참사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정부 책임 인정도 늦었지만 더 큰 문제는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채경선 8.31 사회적가치연대 대표는 “환경부에서 여러가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받은 아이들은 자라나고 있고 그에 따른 맞춤 지원일 이뤄져야 하는데 학습·학사행정이나 군문제 취업 등 다른 부처 정책과 연계된 부분이 잘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가습기 4차 접수·판정 정보공유 대표 역시 “아이들이 자라서 취업 면접을 볼 때 산재 처리 문제 등 불이익을 당할까 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라고 말을 못한다”며 “신체검사를 할 때도 폐에 흔적이 나올까 봐 걱정을 하고 운 좋게 취업이 돼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가려 해도 연차일수가 부족해 무급으로 눈치를 보면서 쉬쉬하며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방부가 과거 의료기록을 검토해 준다는 말을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과거 의료기록 검토 시스템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지원책이 아니었고 더욱이 신체검사 결과는 과거 의료기록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피해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직면할 수 있는 교육이나 군문제 등을 복지시스템과 연계해 맞춤형으로 해결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대표 간담회’에서는 환경부 한 부처가 아닌 전부처가 협력해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 피해입증 책임을 기업으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교육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이 함께 해결해야 될 사회적 참사라는 데 공감한다”며 “가습기살균제특별법이 만들어진 시점은 국가적 책임이 인정되기 전이고 이후 국가 책임이 인정된 취지가 현행법에 반영돼 있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가가 여러가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대응을 위해 노력했지만 여러가지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세부적인 문제는 상황별로 다르기 때문에 세세하게 살펴보고 적절하게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장관은 7일 △영풍 석포제련소 △영주댐 등 고질적인 수질오염 우려가 나오는 현장들을 방문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낙동강 수계 최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는 우리나라 환경법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기 전인 1970년대에 인근 광산으로부터 원료인 아연정광 조달 용이성 등을 고려해 현재 위치에 설립돼 운영중이다. 하지만 석포제련소내 아연제련 공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해 △낙동강 수질 △토양오염 △산림피해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석포제련소는 최근 봉화군에서 2021년 처분한 ‘공장내부 오염토양 정화명령’에 대하여 이행기한인 2025년 6월 30일까지 완료하지 못해 봉화군으로부터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고발 조치 및 오염토양 정화 재명령을 받은 상황이다. 환경부도 오염토양 정화명령 미이행건에 대해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허가조건 위반으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진행 중이다.
글·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