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반복’ 포스코이앤씨, 면허 취소 위기
휴가 중 이재명 대통령 가능한 방안 검토 지시 … 사고 빈발 건설업계 ‘초긴장 모드’
이재명 대통령이 사망사고 1주일 만에 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하라”고 6일 지시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에서 잇달아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심하게 얘기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자 구체적인 제재 수단을 언급하며 사실상 건설업계 전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이 대통령은 연속적인 인명사고를 발생시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가능한 사고는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아울러 산업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징벌적 배상제 등 가능한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의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미얀마 국적 A씨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다. 지난달 28일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 만이다.
◆정부, 공공입찰 금지도 검토 중 = 이 대통령 지시에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정부 부처는 건설면허 취소(등록 말소)와 공공입찰 금지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건설사에 대한 등록 말소권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다. 경북 포항에서 건설업 등록을 한 포스코이앤씨의 건설업 등록 말소 처분 소관 지자체는 경상북도다. 국토부와 노동부 등은 사고의 중대성을 고려해 등록 말소를 지자체에 요청할 수 있다.
국토부는 2022년 3월 부실 사고나 불법 하도급으로 시민 3명 혹은 근로자 5명 이상이 사망하면 지자체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곧바로 등록 면허를 말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 바 있다.
다만 이는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포스코이앤씨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적용 가능여부가 결정된다.
건설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포스코이앤씨가 등록말소를 당할 경우 정부가 1997년 동아건설에 건설면허 취소 처분을 내린 이후 28년 만이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다. 해당 건설사가 면허를 다시 취득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 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어떤 경우에 면허 취소를 요청할 수 있는지 요건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건설면허 취소 요건 중 어떤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부처 간 협의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담수사팀 구성 =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사고 이후 작업 재개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검증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 62곳에 대한 불시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미얀마인 노동자가 의식 불명에 빠진 사건과 관련해 전담팀을 편성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은 6일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장 사고 수사를 위해 한원횡 총경을 팀장으로 형사기동대 형사기동5팀 수사관 18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이에 따라 광명경찰서가 맡고 있던 이 사고 수사는 전담팀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자구책 마련 부심 = 한편 포스코이앤씨는 ‘안전 최우선 경영’ 실현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인프라 사업 분야 신규 수주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또 건설업계 전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하도급 구조와 관련해서도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단계적으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정희민 전 대표이사의 후임으로 송치영 포스코 안전특별진단 TF 팀장(부사장)을 임명했다. 송 대표는 포스코그룹 내 대표적인 안전 전문가로 꼽힌다. 2021년부터 3년간 CSO로서 포스코이앤씨의 안전을 진두지휘하며 중대재해 ‘0건’을 기록했다.
송 사장은 이날 별도의 취임 행사 없이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 4일 인명 사고가 발생한 광명~서울 고속도로 1공구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송 사장은 현장에서 사고 경위를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현장 안전 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송 사장은 이 자리에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즉생의 각오로 재해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근본부터 개편하고, 현장 중심의 실효적인 안전문화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계속되면서 ‘초긴장’ 모드에 돌입한 건설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중대재해 근절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건단련은 산업재해 사망 사고 근절을 위한 정부 정책에 깊이 공감하며, 건설현장 안전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