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건설사 징계 실효성 논란

2025-08-07 00:00:00 게재

소송전으로 시간 끌며 신규 수주 총력전

이재명 대통령 직접 등판에 업계선 긴장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중대재해 사고를 일으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를 포함한 징계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하자 건설업계 전체가 초긴장 상태다. 상대적으로 사고가 빈발한 업종 특성상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강경조치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 건설사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징계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시에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정부 부처가 건설면허 취소(등록 말소)와 공공입찰 금지 등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오히려 전년대비 매출 증가할 듯 = 문제는 건설사에 대한 징계가 실효성을 거두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대사고로 비교적 최근에 영업정지를 받은 대형 건설사는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있다.

GS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국토교통부로부터 8개월, 서울시로부터 2개월 등 총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HDC현산은 2022년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로 지난 5월 서울시로부터 총 1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HDC현산의 경우 행정처분이 내리자 지난 5월 20일 서울시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6월 HDC현산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9일부터 1년간 집행예정이던 HDC현산에 대한 영업정지 행정처분은 본안소송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행정소송 본안 사건은 집행정지를 결정한 같은 재판부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 사이 HDC현산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9244억원), 미아9-2구역 재건축(2988억원), 신당10구역 재개발(3022억원) 등 굵직한 사업을 단독 또는 공동 수주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업 불황 속에서도 올해 매출을 지난해 기록(4조2114억원)을 뛰어 넘은 4조3059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규 수주액 목표는 4조 6981억원으로 정했다.

GS건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같았고 회사는 잇달아 신규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영업정지나 등록 말소 행정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 처분 취소 소송으로 대응한다. 이에 따라 실제 적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조달청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에만 제한되는 공공분야 입찰 자격 제한 요건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계약의 해제·해지 및 입찰 자격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계약법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 조치 의무를 소홀히 해 근로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가한 업체에 1개월 이상,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을 어떻게 위반해야 입찰이 제한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다른 제도들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검토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 통일성 있는 기준을 설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희민 전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지난달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관계자들과 사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이번엔 분위기 다르다 =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사실상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기세로 직접 산재 감소 방안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지시가 개별 기업을 넘어 건설업 전반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판단에 건설업계는 긴장 상태다.

지난해 주요 건설사 중 대우건설 시공 현장에서만 총 7명이 사망했다. GS건설(5명) 현대건설(3명) 포스코이앤씨(3명) 현장에서도 사망사고가 잇달았다. 올 들어서도 현재까지 현대엔지니어링(6명) 포스코이앤씨(4명) 현대건설(3명) HDC현대산업개발(2명) 삼성물산 건설부문(1명) 등 건설 현장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건설업계 전체를 봐도 유독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국회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5년간 건설 재해 사망자는 총 1211명, 부상자는 3만340명으로 집계됐다. 건설현장에서 해마다 평균 242명이 숨지고, 6068명이 다쳤다.

지난 5년간 사망사고 원인을 보면 △떨어짐(사망자 622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깔림(221명) △물체에 맞음(121명) △끼임(64명) △화상(38명) △부딪힘(22명)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떨어짐(106명)이 가장 많았고 △깔림(32명) △물체에 맞음(25명)이 뒤를 이었다.

민 의원은 “건설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일터에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산업재해 방지책을 더 촘촘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세풍·김성배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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