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부동산 탈세 ‘끝까지 추적’…강남3구 등 49명 세무조사

2025-08-08 13:00:22 게재

시세 100억대 아파트 포함 … ‘편법 증여·탈루 사업소득’ 악용

국세청, ‘1주택자 주택임대소득 특례’ 비거주 외국인 배제 건의

외국인이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에서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과세당국이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의 취득·보유·양도 등 전 과정에서 외국인 탈세 행위를 세밀하게 점검한다.

6·27 가계부채 대책으로 6억원 대출 규제가 도입된 가운데 외국인은 외국은행 등에서 자유롭게 대출해 주택을 사들일 수 있어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국세청은 편법증여 이용 취득자 16명, 탈루소득 이용 취득자 20명, 임대소득 탈루 혐의자 13명 등 외국인 49명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국세청, 고가 아파트 취득 외국인 탈세자 세무조사 국세청 민주원 조사국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강남 3구 등 고가 아파트 취득 외국인 탈세자 세무조사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외국인등록번호·해외 계좌로 감시망 피해 = 이번 조사 대상자의 약 40%는 한국계 외국인이다. 총 12개 국적이며 미국·중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탈루혐의 금액은 총 2000억~3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매입한 230여채 가운데 70%가 서울 강남3구에 집중됐으며, 현재 시세로 100억이 넘는 아파트도 있다.

최근 외국인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수도권 고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부동산 등기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서 총 2만6천244채(거래금액 7조9730억원)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수도권 아파트 취득 비중은 전체 건수의 62%, 금액으로는 81%에 달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3구·마용성 비중이 건수로 약 40% 집중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상적인 대출 등이 아니라 부모·배우자에게서 편법 증여받은 자금을 활용해 부동산 매입 자금을 마련한 이들이 다수 포착됐다. 이들은 외국인등록번호와 여권번호를 혼용해 과세 감시망을 피했고, 해외계좌는 금융당국이나 과세 관청이 국내 계좌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 자금출처를 숨기기 위해 부동산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예금잔고증명 등 의무 제출서류를 허위기재하는 수법으로 취득자금이 본인소유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수십억 아파트 구매, ATM에서 전액 현금지급 =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국내 사업체에서 탈루한 소득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인도 대거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탈루소득을 외국인 신분을 활용해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계좌에 은닉했고, 일부는 해외 은닉자금을 다시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해 가상자산이나 불법 환치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외국인 A씨는 전자부품 무역업체를 국내에 설립한 후 아시아 지역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 A씨는 국내법인 자금을 유출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물품을 매입한 것처럼 꾸미고 물품 대금을 허위 지급해 법인세를 탈루했다.

이후 조세회피처에 숨긴 자금을 국내로 반입해 단기간에 서울 용산구 최고급 주거지 아파트와 토지 등 수십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아파트는 현재 시세로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미등록 사업자로 수입 화장품 판매업을 운영하는 또 다른 외국인 B씨는 지난 5년간 수십억원의 현금 매출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고,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수억원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현금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서울 강남3구 소재 고가 아파트를 수십억원에 구입하고, 아파트 대금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입금하는 방식으로 전액 현금 지급했다. 보관하던 현금으로 고급 수입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 사치 생활도 누렸다.

◆주재원 노려 임대소득 누락 … “제도 개선 건의” = 일부 외국인은 고가의 아파트를 취득해 임대료를 받고도 주택임대업을 등록하지 않고 관련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이들은 외국계 법인의 국내 주재원 등을 대상으로 서울 한남동, 강남 일대의 고가 아파트를 임대해 얻은 수천만~수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소득·계좌 정보가 불명확해 감시에 소홀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이들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조세부과는 ‘국가간 상호주의’가 원칙인 점을 고려해 외국인이 국내주택을 취득할 때 내국인과 같은 조세혜택을 누리는 문제는 제도개선 건의를 할 예정이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취득자금 출처가 국외로 의심되거나 자금세탁 등 혐의가 있는 경우 해당 외국 국세청에 정보교환을 요청해 자금출처를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며 “자국에서 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해당 과세당국에서 세무조사 등의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진범 기자 ·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bpark@naeil.com

박진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