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부터 중랑천까지 산책길로 잇는다
도봉구 21.3㎞ ‘둘레길 2.0’ 순항 중
황톳길·명상의 숲 … 체험공간도 확대
“하루에도 몇 번씩 걷죠. 쓰레기가 보이면 줍고 수도꼭지가 누수되면 신고하고…” “전에는 엄청 지저분했어요. 저녁이면 쓰레기가 한 봉지씩 나왔죠. 지금은 운동 환경이 너무 좋아졌지.”
서울 도봉구 도봉동 중랑천 제방 위. 오후 4시가 지났지만 여름 햇볕은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키 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준 덕분인지 신작로처럼 넓고 길게 뻗은 산책로는 주민들로 북적거린다. 양산을 들고 모자를 쓰고 손에 얼음물을 든 주민까지 다양하다. 산책길 인근에 사는 주민 한옥금(70)씨와 김상빈(73)씨는 “저녁이면 훨씬 많다”며 “중랑천 건너편에서 보면 카페거리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8일 도봉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2022년부터 ‘도봉둘레길 2.0’을 조성하고 있다. 주민들이 즐겨 찾는 중랑천 제방을 포함해 도봉산 자락까지 구 전체를 잇는 21.3㎞ 순환 산책로다. 서울둘레길 2.0 도봉구 구간도 포함돼 있다.
도봉둘레길 2.0 가운데 핵심 구간은 중랑천 산책로다. 지하철 7호선과 수도권 전철 1호선이 교차하는 도봉산역 인근 서울창포원부터 창동 주공아파트 17단지까지 약 3㎞를 잇는 구간이다. 지난 2022년 12월 착공했는데 지난 6월 초 3단계 공사를 마무리했다.
가장 먼저 완성된 구간이 지난해 4월 공사를 마친 중랑천 제방길 1.7㎞다. 2년에 걸친 공사 끝에 마사토길과 황톳길, 툇마루 산책길로 꾸몄다. 2단계 1.3㎞는 지난해 11월, 3단계 1㎞는 지난 6월 준공했다.
특히 1단계 구간에 포함된 황톳길 670m는 한옥금·김상빈씨 등 주민 12명이 ‘지킴이’를 자처하면서 날마다 돌본다. 비온 뒤 황톳길이 패이면 구에 연락해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신발을 신고 이용하는 주민들이 있으면 제지하기도 한다. 산책을 하면서 주민들이 어떤 불만을 표하는지 어떤 부분에 만족해하는지 ‘귀동냥’도 열심히 한다. 최문수(72·도봉동) 회장은 “도봉동부터 방학동 창동까지 자주 들여다볼 수 있는 주민들”이라며 “황톳길을 포함해 도봉둘레길 전체를 날마다 걸으며 살핀다”고 말했다.
둘레길에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체험공간을 하나씩 더해가는 중이다. 지난해 7월 개관한 ‘무수골 녹색복지센터’와 명상의 숲이 대표적이다. 도봉산 자락 아래 무수골 일대에 마련한 산림치유센터다. 연면적 827㎡ 공간에 건강측정실 편백체험실 오감치유실 식이치유실 등을 배치한 치유센터는 숲을 바라보며 쉼과 힐링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호응이 크다.
방학동 연산군 묘 주변에는 한글역사문화마당을 조성했고 지난달에는 서울창포원을 새롭게 단장해 선보였다. 창포원에는 기존 시설에 더해 발 물놀이터와 맨발건강길 바닥분수 등 주민들이 요청한 편의공간이 추가됐다. 구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주민들 의견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현장에서 협의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0월이면 방학동 발바닥공원에 이끼원 매력정원과 함께 서양식 정자가 더해진다. 지난해 8월 134m 황톳길을 조성한 창동 초안산근린공원과 쌍문동 둘리공원에는 내년 6월까지 무장애숲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등산로 안전사고를 예방히기 위해 둘레길 전 구간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도 설치한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도봉둘레길은 단순히 산책만 즐기는 정적인 공간이 아니다”라며 “체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치는 산책로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