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 칼럼

진짜 문제는 현장을 잘 모른다는 것

2025-08-11 13:00:03 게재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예고없이 생중계된 이 회의에서 산업재해 대책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았을 때 과태료가 얼마인지 물었는데 참석자들이 답변하지 못하자 이 대통령이 말했다. “이게 우리의 문제죠. 이 많은 사람이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잠시 뒤 회의장 밖에서 확인해 답이 전해졌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미비로 적발될 경우 과태료는 최소 5만원, 최대 5000만원이었다. 이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는 등의 제안이 나왔다.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조항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장을 아예 모르거나 상당한 거리가 있는 법규와 제도·행정이 수두룩하다. 이재명정부가 애써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해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집에서 머지않은 곳에 음식점, 마트나 식료품점, 편의점 등이 없는 농촌·산촌·섬지역 주민에게 소비쿠폰 쓰기는 버거운 일이다. 쿠폰으로 생활필수품을 사려면 하루 몇차례 오지 않는 버스를 타고 면 소재지나 읍내 전통시장에 가야 한다. 면사무소 근처에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긴 한데 연 매출 30억원 이상이라 쿠폰 사용처가 아니다. 정부가 동네경제를 살린다며 인구소멸 위험지역 등 비수도권의 쿠폰 지급액을 높였다. 하지만 농촌이나 전통시장조차 없는 섬, 산간지역에는 쿠폰 쓸 곳이 별로 없다.

제도 시행 이전에 왜 이런 문제점을 몰랐을까. 행정안전부가 뒤늦게 시장·군수가 요청하는 지역의 하나로마트 사용처 지정을 검토 중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든, 지역사랑상품권이든 사용처를 행안부에서 획일적으로 정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겼어야 했다.

소비쿠폰 더 줘도 쓰기 힘든 소멸위험지역

국민이 살아가는 모습은 통계청이 매해 발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에서 엿볼 수 있다. ‘2024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국무회의 그날 128쪽 두툼한 자료로 공개됐다. 익히 아는 저출산 고령화에 수도권 집중, 지역소멸 위기와 빈집 증가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통계로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현실감 효능감을 갖춘 실용적인 정책을 발굴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소멸위험지역일수록 고령인구 비중이 높다. 고령화가 심각하니 사회가 빨리 늙어간다. 나이 순서로 세울 때 중앙에 위치하는 사람의 나이인 ‘중위 연령’이 46.2세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많아야 경제활동이 왕성하고 성장률도 높아지는데 현실은 거꾸로다. 생산연령인구는 2018년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총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70% 밑으로 내려갔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으로 직결된다. 이를 해소해주는 인적자원이 외국인이다.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섰다. 저출산 여파로 내국인이 줄어드는데 외국인 고용허가제 확대와 지역대학의 유학생 유치로 외국인은 늘어나 총인구 감소를 면했다.

전체 주민 중 외국인 비율이 10%를 넘는 지자체가 여럿일 정도로 다문화사회가 확대됐다. 건설·농업·제조업 등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필수적인 존재다. 그럼에도 최근 벽돌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벽돌더미에 묶여 지게차에 매달린 채 조롱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었다.

가구 형태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4인 가구가 아닌 1인 가구다. 전체의 36%인 804만 가구가 혼자 산다. 게다가 인구의 51%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에 (반)지하주택의 97%, 옥탑방의 91%가 위치한 반면 빈집(160만호)은 소멸위험지역에 많다.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발표할 국정과제와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런 현실과 문제점을 제대로 반영할까. 과연 실효성있는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저출산 고령화 대책, 혁신 경제, 미래사회 비전을 내놓을까. 잇따라 나올 1기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과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어떤 성장 전략과 주택정책을 담을까.

인구주택총조사 활용도 낮은 정부 정책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어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하더니만 엉뚱한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오는 11월 1일 실시될 인구주택총조사는 달라진 사회·경제 변화상을 파악하기 위해 가족돌봄시간과 결혼계획, 비혼동거 등의 질문을 추가한다. 다문화가구와 외국인에게 가구 내 사용 언어, 한국어 말하기 실력도 묻는다.

인구주택총조사는 올해로 100년 됐다. 인구총조사는 일제 강점기 1925년부터, 주택총조사는 1960년부터 시작됐다. 1146억원의 예산과 3만명의 조사인력이 투입되는 2025 인구주택총조사도 맞춤정책을 마련하는 데 충분히 활용해야지 결과 발표에 의의를 두어선 안된다.

양재찬 가천대 겸임교수 경제저널리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