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극항로 개척과 대한민국의 비상(飛上)

2025-08-11 13:00:02 게재

비행기는 단발엔진보다 쌍발엔진이 안전하다. 그래서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쌍발엔진 탑재를 권고한다. 하나의 엔진이 고장 나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이란 하나의 성장엔진으로 위태롭게 날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지역총생산(GRDP)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50%가 넘는다. 한때 경제발전의 한축이었던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은 14%만을 차지한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불확실성, 저출산 등의 대내외 위기로 수도권이란 성장엔진마저 불이 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엔진 탑재가 필요하다. 모두가 먼 미래로 생각한 북극항로가 그 기회가 될 수 있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최단거리 항로다. 그간 북극해 내 얼음으로 항해가 불가능했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며 새로운 항로로 주목받고 있다. 북극항로는 물류뿐만 아니라 선박을 새로 만들기 위한 조선산업, 선박 건조에 필요한 금융 등의 전후방산업 발전도 유도할 수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요 해양강국은 북극항로 선점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행정부는 올해 쇄빙선 15척을 발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북극항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 총 39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계획에 ‘빙상 실크로드’를 포함했으며 작년에만 북극항로를 35회 운항했다. 올해도 북극항로 운항을 위한 사전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일본은 ‘제4차 해양기본계획’에 북극항로 진출을 포함했다.

동남권 인프라 활용해 선진국과 경쟁을

각국의 준비상황에 견주어 볼 때 우리나라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동남권에는 세계 제2위의 환적항이자 세계 제7위의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이 있다. 또한 부산항 배후에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경남 거제·울산의 조선산업이 있고,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부산 미음산업단지도 있다. 포항의 철강산업, 창원의 첨단 제조·방위산업 등 해운물류와 연계된 산업단지도 갖추고 있으며 북극물류 시대 맞춤형 전문가 양성이 가능한 교육기관도 있다.

이처럼 동남권이 가진 인프라를 잘 활용한다면 주요국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정부는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남권이 새로운 성장엔진이자 ‘해양수도권’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추가 인프라를 구축해 경쟁에서 앞서가고자 한다.

우선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해양 관련 공공기관을 부산에 집적해 해양수도권에 어울리는 행정 인프라를 갖출 예정이다. 현장과 행정의 일치로 정책 효율성이 높아진다면 수도권의 대기업들도 자발적으로 부산으로 몰려들 것이다.

현재 런던 싱가포르가 주도하고 있는 해사사건 중재를 국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해사법원도 설치하고자 한다. 해사법원 설치로 연 900건 이상의 사건을 부산에서 처리할 수 있으며 연 5500억원에 달하는 외화 유출도 막을 수 있다. 끝으로 동남권투자공사를 신설해 북극시대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재원도 마련코자 한다.

동남권은 해양수도권이자 새 성장동력

이렇게 행정·사법·산업·금융 인프라가 동남권에 모일 때 동남권은 해양수도권이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 정부의 해양수도권 조성을 위한 국가적 에너지 결집 노력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