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까진 초강력 ‘산재감소 대책’ 마련

2025-08-12 13:00:03 게재

이 대통령 드라이브에 정부 동원가능 수단 모두 검토 … 고용노동부서 취합해 발표

조사·기소 등 사후 처리절차 보완 필요 … 건설사, 면허취소 검토에 현장 문 닫기도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또 고용노동부에는 산재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 내용을 12일 오후 국무회의에 보고하라고 했다. 취임 후 첫 휴가를 보낸 이 대통령이 복귀 후 첫 업무 지시로 신속 보고 체계 구축 등을 지시하자 정부가 마련 중인 종합대책에 과거에 비해 강력한 규제가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 등에서는 기존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조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기소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단속·규제 강화와 함께 사후 처리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강력 대응을 주문하면서 사전예방, 제재, 금융조치 등 동원 가능한 수단이 종합적으로 담길 전망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종합대책이 늦어도 9월까지는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고용부는 관계부처 합동 ‘범정부 협의체’를 가동 중이다. 고용부는 각 부처 대책을 취합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 발생하면 공시를 반복해 주가를 폭락시키겠다”고 언급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사망사고 형사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공공입찰 제한 △영업정지 △ESG 평가 반영 등 강력 조치가 제안됐다.

고용부는 이와 함께 영업정지 요청 기준 완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해야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를 1명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 근로감독관을 우선 300명 증원하고, 장기적으로는 1000명을 더 증원할 계획도 검토 중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노동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확대도 추진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작업 중지가 가능하지만, ‘급박한’을 삭제해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다. 근로감독관에게 작업중지권을 재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조사 장기화에 유사 사고 반복 = 정부가 산재감소를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사망사고 발생 후 조사와 기소 등의 시스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조사가 장기화되면서 제때 기소도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용부 등에 따르면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 3월까지 사망사고 발생 건수 기준 1위는 대우건설과 한국전력공사(각 11건)다. 이어 현대건설(10건), 롯데건설(9건), 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8건), 한화·한화오션·계룡건설산업(7건), 한국철도공사·산림청(6건) 순이다.

특히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10곳 중 7곳이 대형 건설사다. 이들 대형 건설사 가운데 아직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곳은 없다.

고용부와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비슷한 사망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수사 장기화로 사고 반복에 대한 가중처벌도 어렵다. 현행 중재해처벌법은 해당 법 위반으로 확정 판결을 받은 뒤 5년 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전체 업종으로 확대하면 지난 1분기까지 검찰에 송치된 중대재해 사건은 205건이며 이중 121건이 기소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검찰이 기소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중 법원 1심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31건뿐이다. 이중 실형이 선고된 건수는 4건에 불과하다.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연 한국서부발전 및 한전KPS 고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원청사 처벌과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DL건설, 대표이사 포함 임원 전원 사표 = 한편 강력한 산재대책 추진의 빌미를 제공한 건설사들은 현장 안전사고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 대책이 면허취소까지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예 현장 문을 닫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DL이앤씨는 8일 자회사인 DL건설 현장에서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전체 현장 80여곳의 운영을 중단하고 긴급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DL건설은 대표이사와 임원 팀장급 전체가 사표를 제출하는 등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잇따른 사망사고에 대표이사 사임에 이어 공공발주 입찰을 자체 제한했다. 가덕도 신공항 재입찰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안전을 기반으로 한 경영을 준비 중이다.

건설업계가 강도 높은 안전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의 안전지침이나 기준표 등은 이미 마련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하도급업체 근로자에 대해 임금 삭감 등의 불이익을 줄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현장별 근로환경을 집중 점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 종합건설사 임원은 “건설현장의 안전문화가 무르익을 때까지 사고를 완전 예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또 사고가 발생하면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운영을 최소화해 사고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장세풍·한남진·김성배·김형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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