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자연자본의 습격과 생물다양성 크레딧시장
정부와 산업계는 지속가능전략 수립을 위해 미래 환경이슈를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현재는 기후변화에 절대적 비중을 두지만 다음 단계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기후 다음으로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 주장해왔다. 그 예상은 다양한 국제사회의 흐름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생물다양성 이슈에서도 몇가지 이정표적인 사건이나 결정들이 발생해왔다. 기후행동을 위한 과학적 연구와 자료를 제공하는 연구기관으로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1988년 출범했듯이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에 관한 정부간정책플랫폼(IPBES)이 2013년 출범했다.
또한 과학적 연구–정부정책–산업계 연계의 시발점이 되는 기업 공시제도에서 기후와 생물다양성에 특화된 공시 요구가 시작되었다. 2015년 자발적 기후정보 공시를 위한 기후관련재무공시태스크포스(TCFD)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어 기후공시 보편화의 혁신적 출발점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2023년 자연관련재무공시태스크포스(TNFD)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다.
한편 2010년 제16차 기후변화당사국회의에서 녹색기후기금(GCF) 설립을 확정한 것처럼 2025년 제16차 생물다양성당사국회의에서 유전자원에 관한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 사용 혜택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를 위한 칼리펀드(Cali Fund)가 출범했다. GCF는 선진국 정부의 출연금으로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지만 칼리펀드는 디지털염기서열정보(DSI)를 사용하는 기업들(바이오 제약 식품 등)이 이익의 1%를 펀드에 기여하면 그 중 50%를 개도국 지원에 사용한다.
2030년 전후 자연관련재무공시 의무화
흥미로운 점은 두 이슈의 진전에 있어서 그 시간적 간격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산업계와의 상호작용과 협력 분야에서는 변화가 급격하다. 기후공시의 국제회계기준화와 관련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2023년 기후공시기준인 S2를 발표했고, 이어 생물다양성이나 에코시스템 및 서비스(BEES)를 S3 공시기준 주제로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비춰보면 국내 대기업이 의무적으로 자연관련재무공시(TNFD)를 해야 하는 시점은 2030년 전후가 될 전망이다.
현재 기후와 생물다양성을 비롯한 전반적 환경정책의 새 판을 짜고 있는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의 명분과 국내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 클럽에 진입하기 위한 회비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기여로 나타난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매년 국민총소득의 0.3~0.4%를 국제협력기금으로 사용해야 하거나 기후변화 위기에 감축과 적응 노력에 GCF 기금을 출연하고 국가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의 특수한 여건인 불리한 자연환경, 에너지집약적 산업구조 등으로 RE100을 달성하기 어려운 현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현명한 지속가능발전 전략을 위해 다음 사안을 고려했으면 한다. 첫째, 현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은 중도노선 위에 균형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놓고 있지만 철학과 원칙이 없는 임기응변식의 정책 대응은 산업이나 국가 발전에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보전 대 개발, 보편적 복지 대 성장위주 정책, 원자력에너지 대 재생에너지 등의 정책기조 선택은 필요하다.
특히 원자력에너지 확대나 유지에 관해서는 정확한 과학적 경제적 분석에 기초한 투명한 정보 공유를 통해 광범위한 국민적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장경제만 고려한 에너지 단가 비교는 지속가능성에 반한다. 국민들의 수용의지, 즉 지불의사금액을 고려한 경제성 비교가 필요하다.
둘째, 정부 구조개혁에서 성장정책과 환경정책의 관계와 역할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후변화 이슈가 전세계적으로 환경주의자와 개발론자들 사이에 혼란을 초래했듯이 환경부와 산업부 간의 정체성에도 오랫동안 혼란을 가져왔다. 더구나 동전의 양면격인 기후변화와 에너지정책의 통합과 효율을 위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한다고 하지만 성장과 경쟁력 지향성을 가진 개편은 기후대응을 후퇴시킨 전 정권과 차별점이 없다. 그리고 기후대응과 환경보전을 책임질 환경부의 역할은 크게 축소될 수도 있다.
생물자원 보전과 복원 위한 정책 수립도
셋째, 자연은 지구상 모든 생물의 터전이면서 재화와 서비스 생산의 본질적인 원천이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지구상 모든 국가 GDP의 절반 이상인 44조달러가 자연에 의존한다고 했지만 나머지도 간접적으로 자연에 의존한다. 자연은 생산요소이자 자본이다. 미래에는 인구와 자연자원이 많은 나라가 강대국이 될 것이다. 외국에서 원자재를 조달하거나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 기업들이 과거에 외부효과로 치부되던 자연자원의 사용(훼손) 대가를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그 변화의 출발점이 자연관련재무정보공시 요구이며 호주에서 이미 시작된 생물다양성 크레딧시장이다. 우리 정부도 그 변화에 대비해야 하며 국내 생물자원의 보전과 복원을 위한 심도 있는 정책수립에도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