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윤석열이 국민에게 지켜야 할 예의

2025-08-13 13:00:04 게재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으로 국회의 탄핵소추가 추진되던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담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법적 정치적 책임문제를 피하지 않겠다는 뜻도 반복해 강조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답게 사법절차를 통해 자신의 책임을 가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그가 보여준 모습은 당당함이나 책임감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체포와 조사를 거부하고, 구속된 이후에도 ‘속옷 저항’ 등 초라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은 그가 한때 우리나라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에 혀를 끌끌 찬다.

당당히 맞서겠다더니 법기술 동원해 수사 제동

지난해 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 나서자 윤 전 대통령은 관련 서류 수령을 수차례 거부했다. 탄핵절차를 늦추려는 ‘꼼수’였다. 변호사 선임도 미루다가 헌재가 변론기일을 확정하자 그제서야 변호인 선임계를 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도 피하기에 바빴다. 공수처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도 대통령경호처를 앞세워 강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총기 사용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 유혈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자신의 신변보호만이 중요했던 모양이다.

체포된 뒤에도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조사에 불응했다. 체포 당일 딱 한차례 조사를 받은 것이 전부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조사는 거부하면서 이의신청, 체포적부심, 구속취소 청구 등 온갖 법기술을 동원해 자신에 대한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일반 피의자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헌재에서 탄핵돼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자신과 배우자 김건희씨를 겨냥한 특별검사의 수사가 본격화된 후에도 그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수사개시 엿새 만에 체포영장 청구라는 강수를 두자 두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지난달 10일 재구속된 후로는 출석요구도 강제구인도 모두 거부했다. 자신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사에는 직접 출석해 5시간 가까이 법정을 지키며 30분 넘게 발언했으면서도 ‘접견실로 가는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이유를 댔다.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팀의 소환요구에도 일체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두 번이나 실패했다. 지난 1일 1차 체포영장 집행은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버티면서 무산됐다. 조폭도 아니고 전직 대통령이 상상하기조차 민망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7일 2차 체포시도 때는 젊은 교도관 10여명이 의자에 앉아 저항하는 윤 전 대통령을 들어내려다 사고가 날 위험 때문에 중단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진술거부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의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른 구인에는 따라야 한다. 조사에 응하되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출석 자체를 거부하는 건 법집행을 무시하는 처사다.

국격 추락시키는 일 그만 두고 당당하게 재판받길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특검이 김 여사 소환을 통보하자 옥중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탄압은 저 하나로 족하다”며 “명령을 따랐던 군인과 공직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비상계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내내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다가 공교롭게도 김건희 특검이 배우자에게 출석을 요구하자 몇시간 만에 입장을 내 빈축을 샀지만, 입장문을 낸 후에도 그는 자신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속옷 저항’은 외신에서도 보도돼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국민들은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 선포로도 모자라 어디까지 국격을 추락시킬 셈인가.

윤 전 대통령 자신은 대단한 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국민은 그를 버린 지 오래다.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김건희씨도 13일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돼 ‘헌정사 첫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이라는 신기록을 남겼다. 지금 윤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낯 뜨거운 처신은 멈추고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것이다. 그것은 검찰총장과 대통령을 지낸 이로서 국민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이선우 기획특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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