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코인 활용 촉진’ 법안 통과…“상황 다른 한국은 ‘소비자보호’부터”

2025-08-13 13:00:04 게재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수요↑… 법안 필요성 대두

미국, 지난달 스테이블코인 관련 ‘지니어스법’ 만들어

한국, 소비자 보호 ‘무방비’ … 자본기준 등 정비 시급

‘테라-루나’ 등으로 알려진 알고리즘형 코인의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이를 대체해 준거자산에 기초한 코인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달러 등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알고리즘 코인의 대체재로 자리잡으면서 미국에서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신속히 법을 제정했다.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활용 촉진을 위한 연방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지난달 통과된 것.

국내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제할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시장 수요가 높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코인 활용 촉진보다는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12일 국회에서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최재원 서울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수요가 없다”면서 “이 시장은 승자독식 구조여서 수요가 없는데도 코인을 발행하도록 열어주면 공급자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진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 과도한 리워드, 포인트 지급 경쟁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준비자산 운용 상에서도 가장 리스크가 높은 자산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최소 자본금 요건뿐 아니라 자본금이 적을수록 리스크 증폭 유인이 높아지는 만큼 ‘자본비율’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은행 수준의 건전성을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증가하면 은행 예금이 감소할 수 있는데,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이 국고채 위주인 경우 민간대출이 위축되고 정부부채가 증가하는 이중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 최 교수는 “준비자산을 국고채가 아닌 은행 예금으로 할 수 있다”고 소개하면서 “다만 이 경우 민간대출 위축은 막을 수 있으나 은행으로 뱅크런 리스크가 전가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실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및 채권 보유량 정보가 한국은행과 실시간 공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주조차익(준비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수입)을 사유화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도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자금세탁 경로 및 불법 송금 경로가 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통제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정두 선임연구위원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화의 핵심은 이용자보호, 특히 역외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이용자 보호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1분기 중에 국내에서 거래된 스테이블코인이 약 57조원 정도라고 보도됐는데 이 57조원 중에 국내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하나도 없다. 대부분 엘살바도르에 있는 테더나 아니면 미국에 있는 서클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라면서 “이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성은 통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달에 20조원 가까이 거래되고 있는 테더나 서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스테이블코인 이용자들이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논의해야 되고, 또 해외에서 발행돼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에도 유사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가상자산거래소에 자국 내 스테이블코인 거래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 마련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는 스테이블코인을 전자화폐로 간주해 발행인, 지급 결제 서비스 등의 기준을 전자업체에 준하도록 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도 발행잔액이라든지 자본금, 유동성, 위험관리 요건 등에 대해서 굉장히 촘촘한 장치를 마련을 하고 있다”면서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예 이런 게 없다는 부분은 굉장히 심각한 상태라고 인식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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