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대가 함께, 세대통합 공간들

2025-08-18 13:00:03 게재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70세 이상의 신규회원 가입을 거부한 골프클럽에 시정 권고를 했다. 초저출산·초고령화 시대에 노키즈존, 노시니어존이라는 선을 긋고 특정 집단의 출입을 배제하는 현상이 못내 아쉽고 씁쓸하다.

세대 갈등과 이기주의가 날로 심화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서초구는 어르신들의 내리사랑에서 해법을 찾아냈다. 바로 3대가 함께하며 세대 간 벽을 허무는 세대통합 공간들이다.

그 첫걸음은 어르신 경로당의 재탄생이다. 전국 최초로 경로당을 3대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조성한 ‘서초 시니어 라운지’는 우리 어르신들의 내리사랑으로 활짝 열린 ‘예스! 키즈존’이다. 어린이 도서와 장난감을 갖춘 키즈존, 안마의자에서 편하게 쉬는 힐링존, 커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담소존 등 누구나 편히 머물 수 있는 세대통합 라운지다.

지난 1년여간 조성된 7곳의 시니어 라운지는 손주 손을 잡고 온 어르신, 아이 하원을 기다리는 엄마, 삼삼오오 모여 숙제하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하루 70여명이 방문해 경로당 이용 인원이 9배 이상 증가했고, 96%가 ‘매우 만족’하는 주민 호응에 화답해 연내에 2곳을 추가로 연다.

“더운 날도 추운 날도 아이와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어 좋다”는 부모 세대의 감상처럼 전 세대가 행복해지는 ‘모두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경로당 문을 선뜻 열어주신 서초 어르신들의 넓은 마음에 높은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어르신들의 내리사랑에서 찾은 '해법'

서초 곳곳의 어린이공원 또한 ‘세대융합 공공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인접한 경로당과 어린이놀이터의 공존으로 이용자 간 갈등이 있던 공간을,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포용적 디자인으로 새롭게 품었다. 아이들을 위한 안전 놀이터, 어르신을 위한 운동기구와 쉼터, 순환산책로, 텃밭 등 세대별 선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특히 보행약자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단차 없는 동선, 휠체어·유아차도 편히 오가는 경사로 등을 섬세히 설계했다. 산책 나온 어르신이 공원 순환산책로 벤치에 앉아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자연 감시(CPTED) 기능도 더했다.

이처럼 모두가 안심하고 건강하게 어우러지는 서초 세대융합 공원은 총 3곳으로, 금년말에 1곳이 추가 조성된다. ‘2023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어워드’ 수상에 이어 ‘디자인서울 2.0’ 초세대 놀이터 사업의 효시가 되었고, 8월말 ‘2025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에도 전시되는 등 그 포용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월 개장한 서초 핫플레이스, 청계산 수변공원 파크골프장은 액티브 시니어의 건강과 세대통합을 함께 잡았다. 공원 일부를 9홀 규모로 조성한 이곳은 서초구 파크골프협회 회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3대가 함께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2대 이상 가족단위 신청자 우선 배정, 어린이 파크골프 교실 등을 통해 가족친화형 운동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세대공존에 맞춰 도시공간 재설계 절실

느려지는 시곗바늘에 맞춰 도시 공간도 재설계가 절실하다. 서초구민의 기대수명이 87.99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만큼 세대통합 공간에서 아이도 부모도 어르신도 ‘오늘 행복하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시간’을 함께 누리길 소망한다.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