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정국 성모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경쟁 환경 속 낮아진 자존감 높이기로 회복”
약물·대안적 치료 안정적으로 제공 필요 … 입원 아이들 위한 서울 유일 ‘대안학교’ 운영
아동청소년 등 국민의 정신건강에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됐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기 이후 우울 불안감 등 정신건강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 관련해서 이정국 성모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12일 서울 중랑구 소재 의원을 찾아 여러 정신건강 이슈와 관련해서 의견을 물었다.
이 원장은 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다. 현대의학의 스탠다드적 진료와 한의학의 대안적 진료를 결합해 정신질환자의 건강 회복과 진료에 힘써고 있다.
●ADHD 증상을 앓는 아동청소년들이 많아 부모들의 고민이 많다.
ADHD는 생물학적인 병이기도 하고 정신과 질환이기도 한데 여러 문제가 섞여 있다. 부모나 또래와 관계, 학교생활 등이 관련돼 있다. 뇌의 기질적 문제를 교정하는 약물이 개발이 돼 있다. 효과를 보는 경우도 많지만 효과를 별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예를 들면 ADHD 애들이 곤란을 겪는 문제로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문제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이고 감정·자기 조절이 안 되니까 대인관계에 굉장히 문제가 생기게 된다.
대인관계, 감정조절 문제가 생기면서 2차적으로 우울 불안 혹은 소위 청소년 비행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약물치료 말고도 대안적인 치료들이 필요하다. 인지행동치료, 놀이치료들을 하는데 그런 치료들로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대인관계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친구들이 자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고 친구들이 안 좋은 반응을 했을 때 상담치료를 해서 좋아질 것 같지가 않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너를 그렇게 많이 싫어하는 게 아니야. 너가 오해하는 거야. 이렇게 말을 해줘도 그런가 생각하다가도 막상 친구한테 가면 또 그런 느낌이 든다. 교정되기가 어렵다.
ADHD 낮병원을 운영한 적이 있다. 방과 후 ADHD 아이들을 모았다. 방과 후 놀이, 학교, 병원으로서 에듀케이션·테라피·메디컬케어를 통합해 적용을 해보자고 시도했다.아이들이 자존감이 너무 낮다. 잘 못하기도 하고 실수도 하고 못 참기도 한다. 주변의 반응에 예민하다. 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다른 아이들이랑 잘 어울리게 하고 행복 성적표 같은 것을 만들고 칭찬 스티커를 막 줬다. 하루 30~40장씩 뿌렸다. 꽤 효과는 있었다.
그런데 낮병원 운영은 당시 최소 6시간을 운영해야 인정을 해줬다. 아이들을 6시간을 모아 놓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직원들도 힘들어 해 중단하게 됐다. 통합형 유치원 이런 식으로 특화해서 서울에 한 2~3개 자치구마다 한 개씩이라도 만들면 좋겠다.
●고립은둔 아이들에게 정신질환적 지원을 공적 시스템에서 다뤄야 되지 않을까
정신질환이 있거나 정신질환 소인이 있어 고립은둔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당연히 정신과 치료나 평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고립운둔 자체로 인해 아이들이 정신질환이 생긴다든지 정신적으로 황폐해지는 문제가 있다. 그런 경우 평가·치료가 돼야 한다. 우울 불안 자존감 저하 등이 이어져 점점 병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 고립은둔이라는 게 왜 생기냐면 일본 한국 아시아권에서 많이 문제가 되는데, 부모의 돌봄서비스가 굉장히 긴 나라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부모들의 개입이 강하고 개인주의가 덜 발달한 환경에서 고립은둔이 가능하다. 부모들이 인큐베이팅을 자꾸 하고 부모 사랑인 것 같지만 오히려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적성 교육이나 진로 교육을 많이 진행해 고립은둔을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
●정신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배경은
예전보다 사람들이 풍족해졌고 정신과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졌다.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검사들이 일반화되면서 진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 큰 요인일 것 같긴 하다. SNS 영향도 있고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황폐하게 만드는 면도 크다고 본다. 획일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강요 받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스트레스도 심한데다 남들과 비교되면서 자존감의 상처가 크다.
●정신질환을 앓는 주변인이 있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게 중용적인 태도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자식이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을 해 뜯어 고치려는 경우들이 많다. 지나치게 개입하고 집착하는 경우 오히려 문제가 커진다. 부모는 열과 성의를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고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너무 방관하는 부모는 상황을 회피하는 태도가 있다. 주변인이 정신질환이 있다면 치료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들을 중심에 세우고 같이 가려고 해야 한다.
●성모마음정신과의원의 독특한 프로그램은
행복학교라고 대안학교가 있다. 정신과에 입원하는 아이들은 수업 결손이 생기기도 하고 학교 가더라도 어려움이 더해진다. 입원치료하면서도 학업을 이수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해서 교육청이랑 소통하고 만들었다. 학교 정규 수업은 빼고 싶었는데 학교로 인정받으려면 국영수 등 수업을 해야 했다. 연극·음악 치료, 대인관계를 연습한다. 치료형 대안학교인 셈이다. 지금 인천 경기도에도 이런 곳이 있다. 서울은 저희만 남았다. 건물 임대비가 비싸 운영하기가 쉽지가 않다. 지역사회에 더 생겼으면 좋겠다.
●지역사회에서 정신건강학과 역할은
정신과 입원실은 필수의료에 가깝다. 이윤이 많이 나는 치료도 아니고 입원 관리에 어려움도 있다. 주사를 싫어하는 환자 등엔 신체적 압박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경우에 따라 외부에서 보면 폭력행위로 비춰질 수도 있다. 팔다리 묶음(RT)도 상황에 따라 논란이 일고 문제시된다. 그러니까 젊은 의사들은 입원실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서울시내 입원실이 별로 없고 대학병원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다고 줄이고 있다.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 환자-가족들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진료를 잘 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신질환자 통합돌봄 실현하려면
노인과 장애인 보다 지속적인 치료와 모니터링 관리, 최대한 회복을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지금은 약이 잘 개발돼 탈원화가 가능해졌다. 회복될 수 있다는 개념을 꼭 넣어서 설계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기입원, 재입원보다 지역사회 거주가 더 편리하고 비용이 적으며 환자 치료와 행복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