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중국+1 전략’ 수혜국은 말레이시아”
중국과 실효관세 격차, 10%p→30%p로
환적 리스크와 대미 의존도 측면도 유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가 이달 7일(현지시각) 발효하면서 이른바 ‘중국+1 전략’이 타격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이외의 대미 수출국들에 대한 명목 관세를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외 국가,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생산거점을 세우는 흐름을 의미한다. 2018년 미중 1차 무역전쟁 당시 트럼프가 중국과 주변국 간 관세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베트남의 신발 제조공장부터 태국 자동차 조립공장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투자가 급증한 바 있다.
하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중국+1 전략이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며 말레이시아가 바뀐 무역환경에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전략이 단순한 관세 회피 수단이 아니라 중국의 인건비 상승, 정치적 규제, 미국의 수출 통제 등을 피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명목 관세율은 착시를 일으킨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펜타닐 관련 관세는 대부분 국가에 적용되는 ‘상호 관세’보다 훨씬 더 많은 품목을 포함한다”며 신용평가사 피치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과 아시아 다른 국가들 사이의 실효관세율 격차가 오히려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실효관세율은 지난해 1% 미만에서 올해 12%로 뛰었지만 여전히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간 관세 격차는 10%p에서 30%p로 확대됐다. 반면 캄보디아는 15%p, 인도네시아는 20%p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주요 리스크는 ‘환적 단속’이다. 미국이 아직 구체적 기준을 밝히지 않았지만, 제3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이 주요 표적이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미중 무역 데이터를 바탕으로 살핀 결과, 중국에서 수입한 물량과 미국에 수출한 물량이 동시에 늘어나 환적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주요 국가는 인도와 태국 베트남이다.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환적 단속이 현실화되면 해당 국가들은 미국 이외의 대형시장을 찾아야 한다. 수출의 1/3을 미국에 의존하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타격이 클 전망이다.
반면 인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대미 수출 비중이 20% 미만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수출 40%는 호주 중국 유럽 일본으로 향한다. 미국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실효관세율 격차, 환적 리스크, 대미 의존도 3가지 측면에서 현 시점 최적의 중국+1 전략 수혜국은 말레이시아”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반도체산업협회장 왕시우하이는 “우리나라가 투자지로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외 지역 중에서는 헝가리도 유리한 입지로 꼽힌다. 중국의 유럽 관문 역할을 해온 헝가리는 미국으로 수출할 때 중국보다 30%p 낮은 실효관세율 혜택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말레이시아가 관세 격차 덕에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오히려 미국 의존도가 높아져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대미 수출 비중은 9%에서 13%로 뛰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관세 회피를 돕는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 태양광 업계를 제재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새로운 ‘중국+1’ 전략의 수혜국이라고 해도 끝까지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