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프리카와 FTA 체결 추진…"보호무역 돌파구"

2025-08-19 13:00:03 게재

한국 중국에 밀렸다는 위기감, 케냐·나이지리아 등과 우선 교섭 고려

요코하마서 아프리카개발회의…이시바, 인도양과 연결 물류망 제안

일본 정부가 아프리카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로 글로벌 교역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인구가 증가하고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정부가 산학관이 주도하는 검토기구를 설치해 본격적으로 아프리카와 FTA 교섭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방침을 20~22일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제9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9)에서 공식화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FTA 협상 우선 대상은 케냐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동부의 물류 거점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케냐 등 아프리카 동부 8개 국가가 참여하는 ‘동아프리카공동체’(EAC)가 유력한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케냐는 항만이 다른 어느지역보다 잘 정비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지역과 인도양 및 중동을 연결하는 해상 물류망을 강화해 자국의 경제적 영토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동부지역 이외에는 나이지리아가 강력한 후보이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를 가진 나라로 원유 등 자원이 풍부하고 소비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아프리카 서부지역의 물류 허브인 가나도 FTA 대상이다.

아프리카 국가와 FTA 체결에 나서는 데는 50여개 국가가 있는 이 지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내륙을 관통하는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관세가 부과돼 비용이 커지는 문제 때문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과 아프리카간 수출입은 각각 1조3000억엔(약 12조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수출은 중고차를 포함한 자동차가 많고, 수입은 광물자원의 비중이 높다.

일본 정부가 아프리카와 FTA 협정을 서두르는 데는 한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프리카와의 경제적 연계는 한국과 중국에 비해 늦었다”며 “세계적인 보호주의가 확산하면서 마지막 시장으로 남겨진 이 지역과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해 탄자니아, 모로코, 케냐와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했다. 아프리카와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관세 철폐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역내 각국과 경제 및 무역의 심화를 모색하고 있다. 케냐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6월 “관세를 제로로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도 아프리카와 무역 거래가 급증하면서 2000년 70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820억달러까지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국가도 최근 아프리카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번 회의에 직접 참석해 일본과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로 연결하는 물류망의 정비를 강조할 예정이다. ‘인도·아프리카경제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의 이번 구상은 일본이 2010년대부터 주창해온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구축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대외원조기금인 ODA를 활용해 아프리카 항만과 도로 등의 건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원조로 진행중인 동부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나카라항과 케냐의 몸바사항을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아프리카 내륙지역과 이들 항만을 도로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달 말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모디 총리와도 이러한 구상을 적극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에 열리는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는 1993년 일본 정부가 주도해 국제연합(UN)과 세계은행(WB), 아프리카연합(AU) 등이 함께해 창설했다.

당초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인프라 정비 등을 위해 출범했지만, 2000년대 이후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성장하는 시장으로서 주목 받으면서 중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번 회의는 9회로 일본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3년마다 회의가 열린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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