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AI시대, 금융권이 혁신에 성공하려면

2025-08-19 13:00:01 게재

이재명정부가 출범하면서 인공지능(AI) 열풍이 거세다. 새 정부는 AI를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했고 국무총리 소속 인공지능산업육성위원회 설치, 5년간 30조원 투자, 인재확보, 전국민 인공지능 교육 등을 약속했다.

금융권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은행과 금융투자 보험 신용카드 등 금융권 전반에서 AI 활용을 얘기한다. 대출이나 보험인수 심사 때 AI를 활용하고 각종 문서 작성, 고객 상담에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기존 AI 엔진을 도입해 응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권은 수년간 AI와 관련해 소란을 떨었으나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 IT기술은 미국 등이 원천기술을 개발하면 상용화는 한국 몫이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나 초고속인터넷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지금은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간혹 금융회사들에게 “왜 AI에 투자를 하느냐”라고 물으면 “남들이 하니까” “뒤처져서는 안되기 때문에”라는 애매모호한 답이 돌아온다. 간혹 “인건비 절감”을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투자로는 앞날이 불 보듯 뻔하다. ‘퍼스트 무버’는커녕 ‘패스트 팔로워’도 되기 어렵다. 따라가기 급급한 것을 혁신이라 할 수 있을까. 심지어 AI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사회적 우려를 불식시킬 수도 없다. 주로 이런 회사들이 콜센터의 인간상담사를 AI로 대체하면서 고객들의 불만을 분노로 악화시키곤 한다.

그러던 중 최근 한 금융인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앤드 컴퍼니’와 한 대담이다. 그는 이 대담에서 인공지능(디지털)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이유를 밝혔다.

현대카드는 10년 전부터 1조원 넘는 돈을 디지털 분야에 투자했다. 현대카드 직원의 25% 이상이 디지털 관련 인력이다. 이 회사는 자체개발한 AI를 업무와 접목시켰다. 심지어 신용카드가 본업인데도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AI 플랫폼을 해외(일본)에 수출한 바 있다.

현대카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1378명이던 임직원 숫자는 올 6월말 기준 1514명으로 9.7% 늘었다. 디지털과 AI 때문에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있지만 적어도 이 회사는 최근 5년간 고용이 늘었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 투자를 왜 하는지 묻는 것은 마치 1910~1920년대 사람에게 ‘왜 내연기관을 채택했나’라고 묻는 것과 같다”며 “오히려 그것을 회피했을 때의 고통이 훨씬 클 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절실함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울림이 크다. 금융업계가 유행 따라가기가 아닌 AI를 통한 혁신에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오승완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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