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의혹 한덕수 특검 출석
‘계엄 정당성 부여·사후문건’ 혐의 피의자 조사
조사 후 구속영장 가능성 … 이상민 기소 전망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소환했다. 한 전 총리가 특검 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달 2일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선 조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라면 이번 조사는 한 전 총리의 내란 가담·방조 혐의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의 신병확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25분쯤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했다. 그는 ‘내란에 가담하거나 동조하지 않았다는 입장인가’ ‘계엄 문건을 챙기는 장면이 폐쇄회로(CC) TV에 담겼다는 보도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수고하십니다”라고만 말한 후 조사실로 향했다.
한 전 총리는 ‘국정 2인자’로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가담·방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윤 전 대통령의 자의적인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해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한 전 총리는 위헌·계엄 선포를 막기는커녕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소집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하고 폐기하는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 부속실장이 작성한 허위 계엄 선포문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서명한 뒤 ‘사후에 문서를 만든 게 알려지면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폐기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한 전 총리를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통화하며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에 관여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이 통과된 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통화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한 전 총리는 위증 혐의도 받는다. 그는 지난 2월 국회에서 계엄 선포문과 관련해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나중에)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지만 특검팀이 확보한 대통령실 CCTV에는 계엄 선포 당일 그가 국무회의 장소에 놓여 있던 계엄 문건과 대국민 담화문 등의 문서를 챙겨나오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한 전 총리 자택과 국무총리 공관, 강 전 부속실장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상대로 제기된 의혹 전반을 조사한 뒤 신병확보 여부를 검토할 예정인데 혐의가 중대한 만큼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특검팀은 전날 내란 공모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을 조사했다. 그는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경찰청과 소방청에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헌법재판소에서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이 없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혐의 내용을 추궁했으나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다”라며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오는 21일 구속기간 만료 전 이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