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외압 ‘키맨’ 유재은 이틀 연속 소환
순직해병특검, 대통령실 등 윗선 지시 여부 추궁
“국방부 외압” 전 조사본부 수사단장 진술 확보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이틀 연속 소환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관리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전날에 이은 2차 피의자 조사다.
앞서 유 전 관리관은 전날 오전 10시쯤부터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유 전 관리관은 2023년 7~8월 채상병 순직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조사보고서에서) 빼라’며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사건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압수영장 없이 회수하는 과정에 관여하고,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을 재검토해 혐의자를 2명으로 축소하는 데에도 개입했다는 혐의도 있다. 국방부 감찰단이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죄로 입건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심도 받는다.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주요 국면마다 등장하는 셈이다. 특히 유 전 관리관은 일련의 수사외압 과정에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김동혁 전 국방부 감찰단장 등 대통령실·국방부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를 전달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전날 유 전 관리관을 상대로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및 후속조치와 관련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사항과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해 확인했으나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조사를 다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날도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와 재검토 과정에서 윗선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달 18일 김진락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을 조사하면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으로부터 수사 결과와 관련한 압박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보좌관은 2023년 8월 조사본부가 채상병 순직사건을 재검토할 당시 이 전 장관의 핵심 참모였다.
특검팀은 김 전 단장 진술을 비롯해 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기간 동안 박 전 보좌관과 김 전 단장이 주고받은 통화 내역과 녹취록, 문자메시지 기록 등을 토대로 국방부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달 28일과 30일 박 전 보좌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조만간 재소환할 예정인데 그의 직권남용 혐의가 드러나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