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수사 침묵·재판 진술’ 속셈
구속 후 진술거부권 ··· 특검 ‘물증 확보’ 주력
검찰 ‘건진 관봉권’ 띠지 등 분실, 단서 사라져
각종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구속 이후 두 번째 조사에서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여사측이 특검 조사에서는 침묵하고 재판에서 입장을 말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날 오전 9시 43분쯤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해 약 7시간 만인 오후 4시 37분쯤 퇴실했다. 오전에는 명태균 공천 개입 혐의 관련 조사가 이뤄졌고, 오후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조사를 받았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 조사가 이뤄진 시간은 3시간 12분에 그친다.
오정희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김 여사에게) 공천 개입 관련한 내용을 질의했는데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간혹 ‘기억이 안 난다’ ‘모른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지난 14일 조사에서도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료로 받은 경위를 집중 추궁받았지만 대부분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여사가) 서희건설로부터 받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에 대한 오락가락 해명에 구속이 된 사례 때문에 진술거부권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특검도 김 여사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준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경지역 한 부장검사는 “김 여사 입장에서는 특검 조사에서는 진술거부를 하고 법정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소명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에 진술거부가 피의자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증거가 다 있는 상태에서는 진술거부를 하든 안 하든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김 여사는 3가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김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2022년 대선 때 명씨로부터 58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받는다. 또 2009~2012년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돈은 대는 전주로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받고 있다.
김 여사는 더불어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통일교 전 간부 윤영호씨로부터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받고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도 받는다.
김 여사에 대한 다음 조사는 20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이때도 김 여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여사측은 건강 상태 악화 등으로 연이은 특검 조사에 응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일자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검사 출신 김의회 변호사(법무법인 수안)는 “구속을 피하기 위해 자백을 하다 구속 이후에는 방어권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가 증거수집쪽으로 변해 자백 유무로 좌우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진술 외 증거에 더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특검) 수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피의자 진술 없이도 증거들만으로 공소제기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진술거부로 김 여사 조사에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먼저 수사된 것을 위주로 기소할지에 대해 특검은 “지금 단계에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특검팀 출범 전에 건진법사 의혹을 수사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전씨 자택에서 발견한 돈다발의 출처에 관한 정보가 적힌 ‘띠지’ 등을 분실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전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1억6500만원 현금다발을 확보했는데 이중 5000만원 신권은 한국은행이 밀봉한 관봉권이었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공급하는 밀봉된 화폐를 뜻한다. 포장지에는 지폐 검증 날짜, 담당 직원, 사용 장비 등이 표시되어 자금 경로 추적에 사용된다.
그런데 검찰이 압수물 확인을 위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직원 실수로 관봉권을 감싸는 띠지와 스티커를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금 출처를 추적하지 못한 채 사건을 특검에 넘겼다.
검찰은 포장재 일부를 촬영해 보관했으나 분실에 대한 감찰 조치 등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