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사 정원 5년간 전국 평균 2배 감축…속도조절 요구
다문화·기초학력·과밀학급 등 현장 수요는 증가세
고교학점제 운영 차질 … 학교별 교육격차 확산
서울시교육청은 19일 교육부에 내년도 서울 소재 초·중등학교 교원 정원 감축 계획을 재검토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정근식 교육감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2026학년도 초중등학교 교사 정원 1차 가배정 통보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 교사 정원 감축 속도는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지난 5년간 전국 교사 총정원이 평균 1.1% 감축된 반면, 서울은 평균 2.6%로 2배 이상 감축됐다.
연도별 감축 현황을 보면 2021학년도 3만6940명(감축률 2.1%), 2022학년도 3만6246명(1.9%), 2023학년도 3만5133명(3.1%), 2024학년도 3만4139명(2.8%), 2025학년도 3만3204명(2.7%)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의 경우 2021학년도 2만39명에서 2025학년도 1만7935명으로 5년간 2104명이 감소했다. 중등학교는 같은 기간 1만6901명에서 1만5269명으로 1632명 줄었다.
서울 지역의 교육 수요는 다양한 영역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교육통계에 따르면 서울 다문화 학생 비율은 2.8%로 10년간 2.2배 증가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10%를 넘는 초등학교는 67개교(11.8%)이며, 이 중 15% 이상인 학교는 39개교에 달한다. 국적별로는 중국 7375명(34.65%), 중국계 한국인 3221명(15.13%), 베트남 3716명(17.46%) 순으로 나타났다. 기초학력 지원 대상도 늘고 있다. 서울 초등학교 학습지원대상 학생 비율은 4.3%(2025년 5월 1일 기준, 1학년 제외)로 집계됐다.
◆과밀학급 22개교, 평균 학생 수 30.3명 = 교사 정원 감축으로 과밀학급이 확산되고 있다. 2025학년도 학급당 학생 수 28명 이상인 초등학교는 22개교로, 이들 학교의 평균 학생 수는 30.3명이다.
지역별로는 강동구 5개교(평균 29.7명), 송파구 3개교(28.9명), 강남구 7개교(30.3명), 서초구 4개교(31.5명), 양천구 3개교(30.9명)로 분포돼 있다.
중등학교 상황도 유사하다. 학급당 학생 수 전국 평균 이상 학교가 150개교(중학교 85개교, 고등학교 65개교)에 달한다.
2025학년도 중학교의 경우 학생 수는 전년 대비 2645명 증가했지만 학급 수는 146개 감소했다. 이로 인해 학급당 학생 수가 25.6명에서 26.2명으로 0.6명 늘었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함께 교원 정원 감축이 맞물리면서 현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반고 93개교 중 57개교에서 최소 1명에서 최대 8명의 교원 정원이 감축됐다. 41개 학교는 2년 연속 최소 4명에서 최대 12명의 대규모 교원 정원 감축이 지속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일반고 33개교를 표본 분석한 결과, 3과목 이상 다과목 지도 교원 비율이 대규모 학교(65명 초과) 9.6%, 중규모 학교(40명-65명) 18.6%, 소규모 학교(40명 미만) 25.4%로 나타났다.
단위학교 외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공유캠퍼스, 거점학교, 온라인학교 등을 통한 수강 학생 수는 2024년 2301명에서 2025년 3831명으로 1530명(66.5%) 늘었다.
◆학교별 현장 사례로 본 변화상 =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한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교사 정원 감축의 현장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교 A학교는 학급 수가 43개에서 35개로, 교사 정원이 51명에서 41명으로 각각 8개, 10명 감소했다. 교감도 2인에서 1인으로 조정됐다.
재학생 중 다문화 학생 비율이 28.9%인 C학교는 다문화 특별학급이 없어 학생 생활지도 및 학습지도를 위한 교원 지원이 필요하지만 학급 수가 감축됐다.
20학급에서 17학급으로 줄어 소규모학교가 된 D학교는 부장교사 선정 등 학교 업무 추진 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학교 사례에서는 학생 수 증가와 교원 정원 감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중랑구 가학교는 학생 수가 449명에서 465명으로 16명 증가했지만 학급 수는 19개에서 17개로, 교원 정원은 32명에서 29명으로 각각 2개, 3명 감소했다. 이로 인해 학급당 학생 수가 23.6명에서 27.4명으로 3.7명 늘었다.
강동구 나학교도 학생 수는 40명 증가했지만 학급 수 3개, 교원 정원 5명이 감소해 학급당 학생 수가 20.3명에서 25.1명으로 4.8명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역별 교육 수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통학거리 등의 사유로 학교통폐합이 불가능한 소규모학교는 46개교에 달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각종학교는 총 9개교 93학급 1417명 학생 규모로, 214명의 교원 정원을 별도 배정하고 있다. 영재교육, 대안교육 등 서울의 특수성을 반영한 교육과정 운영 학교는 총 38개교다.
◆2026학년도 서울 요구안 =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현황을 바탕으로 2026학년도 교사 정원으로 초등교사는 올해보다 300명(1.7%) 줄어든 1만7653명을, 중등교사는 올해와 같은 1만5269명을 요구했다.
이상수 교육정책국장은 근거로 다문화 학생 비율 증가, 기초학력 지원 대상 학생 비율 증가, 과밀 학급 학교로 인한 교사 1인당 학생 수 증가,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교사의 수업 부담 가중 등을 제시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