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교체 vs 5분 충전…EV 인프라 승자는

2025-08-20 13:00:03 게재

중국 CATL, 배터리 교환에 대대적 투자

FT “배터리 교체-충전은 대체 아닌 보완”

중국 상하이 소재 니오(Nio) 배터리 교환소에서는 짧은 음성명령 한마디면 자동화된 과정이 시작된다. 전기차가 스스로 주차 위치에 멈추면 금속바닥에서 로봇 팔이 올라와 하부 배터리를 분리한 뒤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한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점검을 거치면 차량은 다시 도로로 나설 수 있고, 곧바로 다음 차량이 진입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단 3분이면 충분하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는 현재 중국 전역에 3000곳 넘는 배터리 교환소를 운영한다. 5분대 초고속 충전을 앞세운 비야디(BYD) 등 대부분의 제조사가 충전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니오는 배터리 교환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 시장에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닝더스다이(CATL)가 뛰어들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CATL이 배터리 교환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CATL은 올해 안에 승용차용 배터리 교환소 1000곳을 구축하고, 2028년까지 1만곳으로 확대해 하루 100만대 차량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동시에 대형 전기트럭용 배터리 교환 시스템에도 투자 중이다.

노르웨이 시장분석업체 ‘리스타드에너지’의 전기차 애널리스트 두오 푸는 “CATL의 엄청난 기술력과 막강한 시장 영향력 덕분에 배터리 교환 시스템 확산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교환소가 전력 요금의 피크와 저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초고속 충전 시스템은 값비싼 전력망 업그레이드를 필요로 한다”며 “두 기술이 서로를 잠식하지 않고 공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내연기관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배터리 교환소와 초고속 충전소 모두를 동시 확대하고 있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2027년까지 10만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하이시는 올해 3월부터 배터리 교환소 투자비의 최대 4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배터리 교환은 충전보다 속도가 빠르다. 특히 아파트에 거주해 개인 충전 시설을 갖추기 힘든 대도시 환경에 적합하다는 게 장점이다. 또 운전자가 배터리를 직접 소유하지 않아 차량 가격을 수천달러 낮출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FT는 “CATL과 BYD 모두 초고속 충전 기술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CATL의 교환 인프라 투자 확대는 두 기술이 상호보완적이라는 판단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CATL은 중국 전역에 약 3만곳의 교환소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중국에 10만곳의 주유소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 CATL은 또 렌터카 업체 ‘CAR’, 금융리스사 ‘CMB 파이낸셜 리싱’과 협력해 10만대 규모의 배터리 교환식 리스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CATL은 현재 대형 전기트럭용 배터리 교환소 300곳을 구축하고 있다.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Sinopec)과 협력해 총 15만㎞의 주요 화물노선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계획하고 있다. CATL은 2028년이 되면 중국에서 판매되는 신규 트럭의 절반이 전기트럭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싱크탱크 ‘IEEFA’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돌먼은 “배터리 교환 전기트럭이 디젤·LNG 트럭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본다”며 “초기 비용은 더 들지만 연료비 절감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전기트럭이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HSBC 중국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 딩위첸은 “CATL의 배터리 교환 기술 투자가 중국 전기차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규모가 핵심이다. 배터리 교환 인프라가 확산되면 CATL이 ‘새로운 주유소’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기차와 배터리 간 호환성 문제,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전기차 업체 샤오펑 CEO 허샤오펑은 “배터리 교환을 5~6년간 검토했지만 2023년쯤 도입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며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교환 기술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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