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역대 최대…집사느라 소비 침체
최근 2년 주담대 13% 증가, 판매신용 5% 그쳐
“1.3대책 영향, 규제 대거 풀면서 집값만 상승”
가계가 빚을 얻어 집을 사느라 소비는 침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계 빚이 역대 최대치를 보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판매신용을 크게 웃돌았다. 윤석열정부가 특정 아파트 분양 성공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푼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치)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1148조2000억원으로 1분기(1133.3조원) 대비 1.3%(14.9조원) 증가했다. 주담대 잔액 증가세는 최근 2년간 꾸준하다. 2023년 1분기(1017.7조원)에 비하면 12.8% 증가했다.
주담대가 빠르게 늘어난 데는 주택금융공사 등이 낮은 금리로 내주는 정책대출도 한몫했다. 정책대출은 같은 기간 258조6000억원에서 331조2000억원으로 28.1%나 급증했다.
주담대 급증의 배경은 정부가 2023년 1월 내놓은 ‘1.3 부동산대책’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당시 정부는 2022년 하반기 금리상승과 이에 따른 집값 급락세가 확대하자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거 풀었다. 1.3대책에는 △강남 3구 제외한 규제지역 및 분양가 상한제 해제 △중도금 대출 규제 폐지 △전매 제한 완화 및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이 담겼다.
정부의 규제 완화는 전문가나 언론으로부터 특정 아파트단지 분양을 앞두고 특혜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 단군이래 최대라던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분양을 앞두고 정부가 규제를 대거 풀었다”며 “결과적으로 분양도 흥행하고, 이후 집값 상승과 주담대 증가의 기폭제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은이 발표한 가계신용 시계열 추이를 보더라도 2023년 1분기 기준 직전 2년간 주담대 증가세는 9.1%에 그쳤다. 특히 2022년 들어서는 연간 증가세가 3~4%에 그쳐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던 흐름을 보였다.
가계 빚의 대부분이 집을 사는데 쓰이면서 다른 소비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가계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신용카드 등을 사용해 부채로 잡히는 판매신용은 최근 증가세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판매신용 잔액은 120조2000억원으로 2023년 1분기(114.5조원)에 비해 5.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앞서 2021년 1분기(97.9조원)에 비해 2023년 1분기까지 직전 2년간 16.9% 급증했던 것과 대비된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를 뺀 기타대출이 줄어든 점도 소비 부진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기타대출은 올해 2분기 누적 684조4000억원으로 2023년 1분기(720.8조원)에 비해 5.1% 감소했다. 기타대출은 가계가 생활자금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일정 한도의 신용을 개설해두는 ‘마이너스 통장’ 등이 해당된다.
한편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1952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말(1928.3조원) 대비 24조6000억원(1.3%)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주담대와 기타대출을 합친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809조5000억원에서 1832조6000억원으로 23조1000억원(1.3%) 증가했다.
한은은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폭이 확대되고, 기타대출도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전체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