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기업 미국 9개 바뀔 때 한국은 그대로

2025-08-20 13:00:03 게재

한경협·대한상의·중견련 “규모별 차등규제 해소해야” … ‘기업성장포럼’ 발족, 정책대안 마련

경제계가 산업구조 역동성 확보를 위해 기업 성장유인을 약화시키는 규모별 차등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3개 경제단체는 20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기업성장포럼 발족 킥오프 회의’를 열고 한국경제의 역동성 저하 원인과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규제는 보호중심에서 성장위주로, 지원은 나눠주기 식에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경제단체들에 따르면 한국은 산업구조 역동성 측면에서 미국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년간 10대기업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 변화다. 미국(시가총액 기준)은 20년 전만해도 엑슨모빌 GE 마이크로소프트(MS) 시티은행 등이 10대기업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이 그 자리를 채웠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 모두 바뀐 셈이다.

이에 비해 한국(자산총액 기준)은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등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HD현대 농협이 새롭게 진입한 정도다. 그 결과 20년간 한국의 10대 수출품목도 큰 변화가 없었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등이 여전히 주요 품목을 차지하고 있다. 바뀐 품목은 디스플레이와 정밀화학원료가 새로 포함되고 컴퓨터 영상기기가 제외됐다.

이 같은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회의 참석자들은 차등규제 해소를 꼽았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기업 생태계의 무게중심을 생존에서 ‘스케일업’으로 옮겨야 할 때”라며 “될성부른 떡잎(기업)을 잘 선별해 물과 거름을 듬뿍 줘야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외부자금 출자한도(현행 40%) 확대로 성장성 있는 기업들에게 풍부한 자금이 유입되어야 한다”며 “기업이 스스로 ‘성장하고 싶도록’ 유인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기업규모별 차별규제 해소, 각종 금융·세제상 지원 차별 완화, 과도한 경제형벌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은 “정부에서도 규모별 차등규제 해소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속도감 있는 정책성과를 위해 시행령·시행규칙 변경만으로 가능한 조치부터 이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글로벌 패권경쟁이 치열한 첨단산업군에 한해 금산분리, 동일인 규제 등을 예외허용하는 방안도 대안”이라며 “기업규모가 아닌 산업별 특성에 따른 규제방식으로 정비하되 궁극적으로는 일정한 규제 원칙만 정하고 자율규범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호준 중견련 부회장은 “기업정책이 중소·중견기업 등 특정 기업군에 한정하는 지원 정책으로는 현 상황에 안주하려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도전과 혁신을 통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소기업→중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 성장의 전주기적 관점으로 긴 호흡의 육성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함께한 학계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 생태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규제 누증구조를 꼽았다.

김영주 부산대 교수는 “상법·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 뿐 아니라, 금융지주회사법·조특법·유통산업발전법 등 주요 법안을 살펴보면 ‘규제가 누증구조’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곽관훈 한국중견기업학회장은 “대기업으로 성장단계에 있는 중견기업은 재정적 지원보다는 규제완화 등 제도적 지원이 더 절실하다”며 “일정조건을 갖춘 우량 중견기업이 사업다각화를 추진 시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조만간 ‘기업성장포럼’을 발족시켜 성장정책을 추진 중인 주요관계부처·국회 등과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정책대안을 함께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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