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 속도조절하나…사법개혁도 내부 제동
대통령실·정부 ‘공론화’·‘졸속추진 방지’ 요구 잇달아
“이 대통령, 국정원칙에서 ‘경청과 통합’ 앞세워”
문진석 “정기국회 안 입법 완료 … 부작용 최소화”
‘추석 전 입법’ 정청래식 속도전 수정할지 주목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들이 못 박았던 검찰, 사법, 언론 등 3대 개혁법안 완료시점이 ‘추석 전’에서 다소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민주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추석 전이냐 추석 후냐는 등의 시기를 논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지도부 핵심관계자 역시 “대통령의 주문대로 세심하게 따져보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부분들이 생겨날 수 있으니 개혁법안의 통과시점을 못 박기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민감한 핵심 쟁점인 경우 국민께 알리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정성호 법무부장관에게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화 되지 않게 잘 챙겨 달라”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더 될 수 있도록 이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 것이 더 옳다”고 주문했다. 이후 전날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속도’를 앞세우기보다 ‘신중하고 꼼꼼한 개혁’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주문은 단순히 검찰개혁에 한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이 대통령의 국정원칙으로 ‘경청과 통합’을 앞세웠는데 이 대통령은 이제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면서 “귀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국민과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추석 전 통과’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전날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우리가 야당이 아니라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법안을 만들 때 좀 더 (국민에 다가가기) 쉽게 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일반적인 말씀을 하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수도권 재선의 여당 핵심관계자는 “논의는 충분히 오랫동안 세세하게 했다”며 “더이상 시간을 늦출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의견을 모으는 것 자체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며 “정부와 여당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초에는 법안을 발의하고 10월 초순의 추석연휴 전에는 본회의 일정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의 위치와 검찰의 수사보완요구권 등 쟁점이 다수 남아있는 검찰개혁의 경우 오는 26일 최종안을 확정짓고 9월 3일에 공개하기로 했다. 법관 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범위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건심문제도 도입, 대법관수 증원,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등 사법 개혁 역시 전날 공청회에 이어 27일 국민경청대회를 열고 윤곽을 잡은 다음 9월 초에는 민주당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언론개혁법(언론중재법 개정안) 역시 토론회 등을 통해 빠르게 입법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측에서 우회적으로 ‘속도조절’을 언급한 상황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다른 목소리들도 공개 또는 비공개 형식으로 나오고 있다. 모 수도권 중진의원은 “수사와 기소 분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요구권이라든가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는 문제라든가 다양한 문제들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지금도 수사가 지연되고 있고 이렇게 되면 모든 불편과 부담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날 사법개혁 토론회에서 민주당 ‘국민 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추석(10월 6일) 전에 국민이 체감할 실질적 개혁 방안을 도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판사 출신 박희승 의원은 대법관 증원과 관련 “1심과 2심 보강을 전제한 뒤 대법관을 어떻게 할 것인지로 (논의가) 나아가야지 대법관 증원이 마치 정의 실현인 것처럼 해선 곤란하다”며 “사법개혁은 큰 주제인데 너무 많은 목소리가 답을 정해놓고 유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며 “사법개혁 제도를 설계하고 법안을 만들 때 신중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낸 법안과 다른 의견들이 대거 나왔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정청래 대표의 ‘추석 전 입법’에 대해서 “정치적인 발언 메시지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며 “시기를 못 박아서 이렇게 말씀하신 건 그만큼 차질 없이 검찰개혁 진행하겠다, 이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법이 완료되는 것은 좀 더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다”며 “추석 전에 완료라는 것은 원래 얼개 그림을 추석 전에 국민들한테 선보이겠다, 이런 취지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기국회 안에는 검찰 개혁에 대한 입법도 완료될 것으로 예상은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입법을 하는 게 중요하지만 거기서 발생 되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최소화시키는 게 책임 있는 자세 아니겠느냐”며 “그런 부분들을 굉장히 신중하게 다양한 얘기를 들으려고 앞으로도 노력하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