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업장도 ‘인재형’ 산업재해 잇따라
경북 청도 경부선 철로에서 7명 사상
13일에는 도로공사 작업장 사망사고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인명사고를 낸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면허 취소 검토를 지시하는 등 사실상 산업재해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 사업장에서도 인재형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기업 사업장 사고에 대해 민간기업 이상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9일 오전 10시 52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로에서 무궁화열차가 안전점검을 위해 철로 위로 이동 중이던 코레일 직원 1명과 민간도급업체 직원 6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2명은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남성현역장의 승인을 받아 철로에 투입된 지 불과 7분만에 사고를 당했다.
코레일 소방당국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 사고 지점이 열차 운행이 많고 곡선구간인데다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코레일 소유 변전소 건물과 철로변 잡목 등이 작업자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위험지역이었지만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직원, 도급업체 안전운행관리자 등은 열차운행 시간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을텐데도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안전점검팀은 통상 코레일 감독자 1명과 도급업체 안전운행관리자 1명이 동행하는 방식으로 철로에 투입된다. 철도안전 전문가에 따르면 소음이 적은 전기열차라도 열차와 작업인부간의 거리가 일정거리로 가까워지면 GPS로 운영되는 경보기 벨(열차접근 알림앱)이 울려 작업자들이 충분히 대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관사도 운행 전방에 작업자가 있을 경우 경보기 벨로 확인할 수 있고, 이와 별도로 작업현장 전방에 감시원도 배치해 이중삼중의 안전조치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레일과 도급업체 직원 등이 자동경보기 벨 소리를 듣고도 열차가 보이지 않자 오작동으로 무시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도급업체 직원 A씨는 경찰조사에서 “경보기 벨이 울렸으나 미처 피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사고현장에서 이 같은 안전조치가 제대로 작동됐는지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점검팀 노동자들이 철로로 이동한 점도 의문이다. 이날 작업은 사고발생지점 인근 남성현역장이 승인하는 ‘상례작업’이기 때문에 철로진입은 금지된다.
상례작업은 철도보호구역에서 열차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시행된다. 열차접근 시 작업자가 대피할 수 있고 선로와 최소 1m 이상 떨어져야 하는 작업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는 열차운행 중지 후 시행하는 차단작업과 구분된다.
남성현역장이 서울 방향 ‘상행선’ 작업을 승인했는데 사고가 부산방향 하행선에서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철도안전 전문가는 “철로변에 잡목이 우거져 노반으로 이동하지 않고 쇄석이 깔린 철로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고, 사고지점이 곡선구간 끝지점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으로 기관사가 작업현장을 확인해도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열차가 시속 100㎞로 달리다 급제동하면 완전정차까지는 600m 이상이 필요하다.
청도 철로사고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한국도로공사의 벌목 작업 현장에서 30대 노동자가 나무에 깔려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9분쯤 안동 풍산읍 노리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 인근 터에서 고사목을 자르던 B씨가 나무에 깔려 심정지 상태로 안동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이후 벌목 작업을 중지시키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민간기업과 달리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 사업현장에서 인재형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만연한 안전불감증의 반증”이라며 “철로나 고속도로 현장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는 사실인데도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공기업에 대해서는 민간건설사에 대한 면허취소 검토 이상의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