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어 장벽을 넘어 안전의 벽을 세우다

2025-08-20 13:00:02 게재

최근 전국 곳곳에서 잇따른 공사장 안전사고가 우리 사회에 깊은 경각심을 주고 있다.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 공사현장에서 양수작업을 하던 미얀마 출신 외국인 근로자가 감전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 건설회사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벌써 다섯 번째로 산재 사망이나 중상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산업 현장의 상시 점검과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안전을 소홀히 하는 관행을 반드시 깨야 한다는 경고이자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상징한다. 특히 언어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는 산업재해에 가장 취약하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 외국인 노동자는 22만9000여명으로 전체의 약 15%를 차지하지만 소규모 현장과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실제 비중은 훨씬 높다.

산업재해 사망률은 내국인의 7배 이상이며 절반 이상이 공사비 50억원 이하 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높은 사고율의 주된 원인은 의사소통 장애, 소규모 하도급 사업장 안전관리 취약, 안전교육 접근성 부족이다. 그동안 시공자와 관리자 중심의 교육 체계와 안전관리 방식은 현장 근로자,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제대로 닿지 못한 것이다.

공사장에 ‘안심성동 프로젝트’ 본격 시행

성동구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8월부터 지역 96개 모든 공사장에서 ‘안심성동 프로젝트’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외국인 노동자가 QR코드 하나로 쉽고 간편하게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전국 최초의 다국어 모바일 안전교육 시스템이다.

중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 17개 언어를 지원하며 폭염·추락·화재· 재난 대응 등 현장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안전수칙을 5분 분량으로 구성해 즉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존 관리자 중심 교육을 근로자 중심으로 전환한 시도다.

본격 도입 전, 성동구는 IT 전문기업과 협력해 10개소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그 결과 통역 없이도 교육이 가능하고 작업 공백이 거의 없어 현장 관리자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외국인 노동자들도 모국어로 안전 수칙을 배울 수 있어 이해도와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

실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현장 관리자는 외국인 노동자와 통역 없이 안전교육을 할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되며 교육 내용이 짧은 시간 내 핵심을 잘 담아줘 효율적이라 좋다고 적극 추천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도 모국어로 안전교육을 받아서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의견을 모았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은 대규모 공사장보다 안전 관리가 열악한 소규모 공사장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안전교육의 접근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설 현장에서 국적, 연령, 신분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는 존중받아야 하며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특히 불안전한 근로환경에 있는 취약 노동자 보호는 시공자와 행정기관의 기본적 책무이다.

안전하게 일하고 살아가는 사회되길

“모두의 안전”을 약속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동. 신뢰와 공존을 바탕으로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이며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동구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어 대한민국 어디서나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고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